"한창 먹을 나이의 중학교 남학생인데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을 한다니까 걱정돼죠."
29일 경기도 시흥에 사는 학부모 서모씨(48)는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학교에서 도시락도 싸오지 말라는데 우리 애가 빵과 우유로 배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한탄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29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 학교 곳곳에서 급식이 중단돼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급식을 빵과 우유로 대체하는 등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서울 광진구 광남중은 평소 드나들던 식자재 차량이 보이지 않고, 오전내내 조리실이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각 반 대표로 나온 학생들이 교무실에서 빵과 우유를 한아름씩 받아갔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담장 너머로 아이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기도 했다.
근처 음식점에서 아들에게 줄 점심을 포장해온 이모씨(43)는 "오늘 내일만 중단되는 것이니 이해해야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아들이 요즘 식성이 좋아 빵과 우유만으론 배를 곯을 것 같아 음식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점심을 먹고 나온 2학년 윤모군은 "빵만 먹으니 부족해 매점에 가서 또 과자를 사먹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로구의 한 중학교도 빵과 우유, 과일로 급식을 대신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 모두 도시락을 싸오라고 하면 가져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긴다"며 "학부모들도 대부분 맞벌이라 학생들을 일찍 집에 보내면 점심을 굶어야하거나, 그냥 거리에 방치될 수 있어 빵과 우유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적으로 파업에 참여한 학교는 3294곳으로 1만5000여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 중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1929곳이다.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한 곳은 1149곳이고 도시락으로 대신한 곳은 515곳이었다. 이 밖에 159곳은 단축수업, 106곳은 현장 학습·학예회 등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4·6월 파업의 경우 급식 중단 학교가 531개교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급식에 불편을 겪은 학교가 4배로 늘어난 셈이다.
시도별로는 경기도의 급식차질이 가장 심했다. 전체 국·공립학교 2209곳 가운데 548곳에서 급식 차질을 빚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는 급식실 조리실무사 4명 가운데 절반이 출근하지 않아 빵, 우유, 간식을 주문했다. 파업이 없었다면 현미 찹쌀밥, 낙지 수제비, 치즈 블록, 배추 겉절이 등이 제공됐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급식중단을 결정한 초·중·고교는 68곳으로 전체 국·공립학교(1169곳)의 5.8%다. 인천에서는 43곳에서 급식을 중단했다. 단축수업을 결정한 인천 청라고 관계자는 "조리종사원 7명 중 6명이 파업에 참여한데다 내일부터 1학기 2회 고사를 치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축수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인 도시락을 싸올 것을 안내받은 한부모 가구나 맞벌이 가정이 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파업에 대한 인식은 교사와 학부모,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서 크게 엇갈렸다. 이날 파업현장에 나온 시흥의 한 중학교 조리원은 "10년 넘도록 개미처럼 일만 한 결과가 한 달 150만원"이라면서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을 지키고,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비정규직의 파업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가정통신문에 파업에 대해 상세히 안내해 혼란이 없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등학생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보낸 학부모 A씨는 "파업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 급식은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날이 더워서 들고간 도시락이 상했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단축수업을 실시한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도 "학부모들이 도시락 싸는 것을 불편해했다. 빵과 우유는 예산 때문에 제공이 힘들어 단축수업을 택했다"며 "맞벌이 부부의 자녀만 도시락을 싸와서 학
한편 30일에는 이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구·전북 교육청 산하 비정규직 노조도 파업에 합류한다. 이에 따라 30일에도 전국적으로 급식 중단에 따른 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인천 = 지홍구 기자 / 서울 = 정슬기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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