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
2004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영입돼 7년간 부사장으로 활약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비영리 법인 '다음세대대표재단' 대표도 겸직하며 2013년까지 다음에 몸담았다. 정보기술(IT) 기업 두 곳을 창업했고, 삼성SDS 출신들이 1990년대 후반 세운 IT 기업 '아이비즈넷'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며 큰돈을 번 IT 1세대 주역이다. 다음을 떠난 후 IT 전문성을 살리면서 예술과 관련된 일을 찾다가 2015년 아트벤처스를 설립했다. 예술(아트)과 장난감(토이)이 결합된 예술의 한 장르인 '아트토이'라는 용어를 국내에 도입한 문효은 아트벤처스 대표(50) 이야기다.
"다음에 있을 때 홍콩 '아트 바젤'에 가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훌륭하고 뛰어난 예술 작품이 많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소수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제가 가진 IT 지식을 활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아트토이에 뛰어들었습니다."
아트벤처스는 매년 '아트토이컬쳐' 박람회를 개최해 아트토이를 대중에게 알리고 아트토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4회 아트토이컬쳐에는 5일간 8만여 명이 다녀갔으며, 일본 홍콩 프랑스 등 180여 개 팀이 참여했다. 이 행사의 누적 관객은 24만명에 달한다.
아트벤처스는 2015년부터 매년 제주창조경제센터와 협업해서 '아트토이 캐릭터 공모전'을 열고 아트토이 작가도 발굴한다. 오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1회 베이징 토이쇼'의 한국전도 아트벤처스가 맡는 등 한국의 아트토이 작가와 작품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레고 자체는 토이지만, 특정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해 레고를 기반으로 새 작품을 창조하면 아트토이입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작가 장 줄리앙의 대표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유아인씨가 어느 행사장에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는데, 아트벤처스는 이 모습을 본떠 아트토이를 만들기도 했어요. 아트토이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연결된 친근한 예술입니다."
문 대표는 아트토이 산업이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로 이 분야에서 한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트토이컬쳐처럼 대규모 박람회가 열리는 곳은 세계적으로 한국뿐입니다. 홍콩 태국 대만도 아트토이 박람회를 열지만, 한국처럼 관람객이 8만명씩 모일 정도로 흥행이 되지 않습니다. 유럽 미국 등에서도 아트토이 규모는 미미합니다. 아트토이는 캐릭터와 결합된 분야라서 아트토이 산업규모만 딱 떼어놓고 추정할 수는 없는데,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가 1조5000억원 정도 됩니다."
문 대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없어질 수 없으며, 오히려 사람들은 예술에 더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사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캐릭터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아트토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카드가 고객과의 친밀도 증진을 위해 '스티키몬스터랩' 캐릭터를 활용해 피규어를 만들었고, 명품 업체들도 다양한 캐릭터를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어요. 게임업체들도 아트토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즈' 캐릭터를 활용한 아트토이 작품이 이번 아트토이컬쳐 때 전시됐는데, '게임이 예술과 접목될 수 있다'며 호평 받았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즈' 게임을 모르던 사람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효과도 얻었죠."
올해 아트토이컬쳐에서는 영화 '스타워즈' 등장인물을 작가가 재해석한 작품이 전시했다. 관람객들이 그 작품의 포즈를 따라하고 사진을 찍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화여대 불문학과를 출신인 문 대표는 2012년부터 이화리더십개발원 특임교수도 맡고 있다. 남성 중심 IT 업계에서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여성리더가 된 그는 노하우를 청년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또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PC 관련 서적을 번역하다가 컴퓨터를 직접 접한 후 IT 업계에 뛰어들었어요. 정말 가슴이 뛰었거든요. 아트토이를 하고 있는 지금도 그때처럼 가슴이 뜁니다. 아트토이 산업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 산업을 얼마나 키울 수 있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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