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직격탄을 던져 화제가 된 외국인을 기억하시는가. 주인공은 당시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다. 그는 1년 뒤 돌연 특파원을 그만두고 경리단길에 수제 맥주집을 차렸다. 급기야 최근에는 청와대 해외언론 비서관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집 사장에서 청와대 자문까지 맡은 다니엘 튜더를 파헤쳐보자.
↑ [사진 제공 = 매경DB]
다니엘 튜더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 덕후'가 됐다. 이후 한국의 증권회사에서 일하다 2010년부터는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이때 쓴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 칼럼에서 "북한이 적어도 맥주만큼은 한국을 앞선다"는 말로 화제가 됐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퍼진 상태라 튜더의 글은 큰 공감을 얻었다.
칼럼을 쓴지 한 해 뒤 다니엘 튜더는 "북한 관련 기사만 쓰는 것에 회의가 든다"며 특파원을 그만뒀다. 이후 경리단길에 '더 부스(The Booth)'를 차려 맥주집 사장이 됐다. 북한보다 맛있는 한국 맥주를 만들겠다는 남다른 맥주 사랑을 담은 '대동강 페일에일'을 선보였다.
맥주 좀 마셔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대동강 페일에일'은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 기구한 출생 비화가 숨어있다. '대동강'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식약청은 '대동강'이라는 단어가 대동강 물로 맥주를 만들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통관을 거절했다. '대동강'의 '동'자에 'Censored(검열에 걸렸다)'는 스티커가 붙은 채 유통돼 '대동강 페일에일'이 아닌 '대강 페일에일'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대동강 페일에일 [사진 제공 = 더부스 인스타그램]
튜더는 맥주 사랑만 남다른 것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 많다. 다니엘 튜더는 2014년 북한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책을 써 지난 8월 18일 매경과 저자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책에서 스키니진을 입고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마시는 북한 주민들을 묘사했다. 인터뷰에서 "오히려 외국인은 북한에 접근하기가 더 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을 "자본주의라는 눈덩이가 브레이크도 없이 굴러가는 곳"이나 "돈이면 다 다되는 곳"으로 비유했다. 이에 튜더는 북한에게 "두 놈의 영국 기자 나부랭이들이 써낸 모략 도서 내용을 가지고 우리 공화국의 존엄을 모독하는 특대형 범죄를 감행했
다"며 살벌한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일각에서 다니엘 튜더가 청와대 해외 언론비서관 자문위원으로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튜더의 청와대 해외언론 자문위원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윤해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