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한 통을 구입하면 한 통을 세계 곳곳의 사회약자에게 기부하는 착한 기업이 있다. 2015년 서울시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비타민엔젤스'다. 비타민엔젤스는 비정부기구(NGO)나 복지시설에 판매수량 만큼 비타민을 기부하고, 이들 단체는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에 비타민을 전달한다. 기부단체만 100여 곳, 누적기부액은 16억4000만원에 달한다.
'가난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2013년 비타민엔젤스를 설립한 염창환 대표(49)를 최근 만났다. 내로라하는 호스피스 전문의이자 국내 1호 완화의학 박사인 염 대표는 암 치료 전문 '염창환병원'의 병원장이면서 비타민연구도 10년 이상 해온 비타민 전문가이다. 비타민엔젤스가 판매하는 10종의 비타민도 모두 염 대표가 개발했다.
"주원료의 함량과 원산지를 100% 공개할 만큼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지만 거의 마진 없이 판매하죠. 저는 비타민엔젤스에서는 월급을 1원도 안 받아요. 수익구조를 맞출 수가 없어 오프라인 판매도 못해요. 그래도 모든 사회약자들이 비타민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염 대표가 비타민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한 난소암 말기 환자가 자신의 치료에 비타민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를 연구해달라고 남긴 유언 때문이다. 염 대표는 2003년 대한비타민연구회를 설립하며 비타민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5년 학회 참석차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비타민A 보내주기 운동'을 접했어요. 국내에도 비타민이 필요하지만 못 사먹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에 오자마자 평소 의료봉사를 다니던 장애인 학교에 비타민 C를 보냈습니다. 비타민을 섭취한 아이들이 감기에 잘 안 걸리는 모습을 보고 사회약자들에게 비타민을 기증하기 시작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비타민엔젤스를 세운 이유입니다."
염 대표의 사회공헌 정신은 초등학생 시절 슈바이처 전기를 읽고 환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부터 싹텄다. 연세대 의대 본과 4학년 때인 1992년 성가복지병원에서 전신에 퍼진 피부암으로 고통 받던 환자를 돌보면서 호스피스 전문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만 해도 호스피스에 주목하는 의사는 거의 없었다.
"교과서에는 진통제 일종인 모르핀을 말기 암 환자에게 100㎎ 이상 투여해도 된다고 적혀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도를 10㎎으로 막아놨어요. 중독될 수 있다는 거죠. 해외 암 환자들은 모르핀을 1000㎎ 이상 투여 받고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하더군요. 국내 의사들이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서 당시 완화의학을 공부하러 호주로 연수를 갔어요. 레지던트 신분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해외 연수를 다녀왔죠."
염 대표는 고압산소치료 전문가이기도 하다. 1999년 한 대학병원에서 자궁경부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세포 조직 괴사 후유증으로 집단 사망한 사건을 보고 산소치료를 연구해왔다. 조직이 괴사하기 전에 산소를 미리 집중투여하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국내 의료법은 조직이 괴사된 경우에만 산소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보험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금이 간 벽을 땜질하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벽이 뚫리면 소용없게 되는 것처럼 조직 괴사 전에 치료가 이뤄져야합니다. 조직 괴사 전에 산소치료를 받으면 보험사 부담 비용이 증가해서 보험사가 막는 겁니다.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겠다는 마음에서 싸워왔지만 지치네요."
2002년 파주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매주 방문진료를 했던 것을 시작으로 그는 지금도 의료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강연도 자주 하는데 강연료는 전액 기부한다. 환자 한 명의 진료 시간이 5분 정도에 그치는 대학병원 진료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어서 대학병원 과장 자리도 박차고 나왔다.
쉼 없이 달려왔지만 목표가 또 있다.
"암 환자들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
[신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