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우리 정부는 서울에서 열린정부파트너십(OGP) 포럼 출범식을 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제정했음은 물론 OECD 데이터개방지수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는가 하면 정부 고위 인사가 민간 네트워크에 불과한 OGP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보공개와 열린 정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정부가 생각하는 정보공개가 무엇인지 알기까지는 그 뒤로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22일 지난 6월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목록을 관보에 공개하면서 가능한 국민들에 알려지기 어렵게 하려는 볼썽사나운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바로 사흘 전인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문정인 특보 비판 발언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며 먼저 알려올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21일 오전, 인사혁신처는 출입기자들에게 한 문자를 발송했다. 22일자 관보에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등록사항을 게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5월에 임명 절차가 완료된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을 공개할 때는 미리 알리지도 않았지만, 이번에는 미리 날짜만 알려주겠다는 통보였다. 일부 기자들이 관보 게재일을 알게 돼 보도하지 않았다면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 내역이 대다수 국민들은 존재조차 모르는 관보에서 잠잘뻔했다는 사실은 잊은듯 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사항을 하필 금요일자 관보에, 미리 내용을 보여주지도 않는 방식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은 가급적 기사화되지 않도록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토요일자 신문을 보는 사람이 적기도 하거니와 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 하루를 건너뛰면 기사 작성건수도 확연히 감소한다는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3월 고위 공직자 정기재산공개 때 는보도자료 배포 시점을 목요일로 하루 앞당겨 금요일자 신문에 나오게 한 인사혁신처의 '통큰' 결정도 있었다. 이를 보면 재산공개 관보는 반드시 금요일에 내야 해야한다거나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닌것 같다.
앞서 지난달 재산내역 1차분이 공개됐을 때 수석들 상당수가 다주택자라는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또 이번에 재산이 공개된 고위직 공무원의 대부분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좌관들이다. 결국 재산 내역을 금요일자 관보에 실리도록 하고 미리 내용을 알리지도 않도록 한 것은 청와대가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정말 정보공개 선진국이 맞는지 회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참에
[사회부 = 최희석 기자 achilleus@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