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 씨 사망과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국가 책임을 인정키로 했다. 백남기 씨 유족 측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국가 청구인낙서' 제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그러나 사태 책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찰력이 정치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내놔 정작 정권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했던 수뇌부들 반성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경찰청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청구인낙서 제출을 법무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구인낙서는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제출하는 문서다. 경찰 관련 소송에서 국가 청구인낙서를 제출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백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져 지난해 9월 숨졌다. 유족들은 지난해 3월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 살수차 요원 등을 상대로 총 2억4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사건 당시 물대포가 발사된 살수차를 운용한 한모·최모 경장이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는 과정에 경찰 내부에서 제지가 있었다는 경찰개혁위원회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 했다. 이 청장은 "진행 과정에 오인할 여지가 있었다"면서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할 기회를 마련하고 유족 측 요구사항을 적극 수렴해 피해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씨의 사망원인규명을 두고 유족 측 반대에도 부검을 시도하며 책임을 강하게 부인했던 경찰이 사실상 '백기'를 들고 책임을 인정하고 나선 것은 정부가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를 출범해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압박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는 현재 논의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경찰의 인권보호조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주요 공권력 발동현장에 인권침해 현장감시단을 운영하고 인명피해 발생시 원인규명에 앞서 공식사과하고 객관적·중립적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메뉴얼도 마련키로 했다. 이날 경찰은 공식자료를 통해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이 반복되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경찰력 집행이 정치적 여건에 좌우되어 왔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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