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원인으로 논란이 일자, 당시 경찰은 살수 운용 지침을 따랐을 뿐 사망은 살수차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더욱이 불법시위를 진압할 때 물리력 행사는 적법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 검찰 수사는 아예 진척되지도 않았죠.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2년 만에 나온 검찰의 수사 결과는 완전 달랐습니다.
살수 운용 지침을 어기고 머리에 곧바로 물대포를 쏜 게 백남기 농민의 직접적인 사인이었으며,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것도 인정한 겁니다.
재빠른 건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죠.
당초 백 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로 발표했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외인사로 수정하고 사과까지 했으니까요.
4년을 끌다 정권이 바뀐 지난 8월에야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판결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진실도 바뀌는 걸까요.
정권에 따라 사법부는 수사결과와 판결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국립병원은 사망 원인을 바꾸고….
4년 전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은 당시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죠.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사법부가 조직이 아닌 국민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것만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