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귀순 병사를 치료하는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얘깁니다.
'권역외상센터'란 병원 응급실에서도 안 되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죠. 때문에 이곳 직원들은 24시간 언제라도 수술이 가능하도록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권역외상센터의 내년도 지원 예산을 줄여버렸습니다. 40억 원이나요.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 하니 예산이 남아돈다는 겁니다.
왜 전문의들이 이곳을 꺼릴까요.
하루 24시간을 비상대기하며 죽을 고생을 해도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안 간다며 더 예산을 줄여버린 겁니다. 이런 걸 바로 탁상행정이라고 하죠.
그래서일까요.
사람이 사고로 다쳤을 때 살릴 수 있는데도 사망하는 확률이 우리나라는 35%에 달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10%에 불과하죠.
'혈압 환자의 수명을 1년 늘리는 데는 5만 불이 들지만, 외상환자는 2~5천 불이면 된다'는데 우리는 딴 데 지원을 한다며 응급외상환자를 위한 예산을 되려 줄여버린 겁니다.
그럼 권역응급센터를 위한 재정 지원을 늘리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데리러 헬기가 뜨면 시끄럽다고, 또 산으로 응급환자를 데리러 가면, 헬기 바람에 김밥에 먼지가 앉았다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지난번 세월호 참사 땐, 주변 공항이나 군부대에서 응급헬기에 급유를 허용하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하죠.
보수가 적어도, 보람으로라도 일할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그런데, 외상센터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너만 고생하냐', '쇼 좀 그만해라'라며 동료 의사들까지 악플로 괴롭히니, 이 보람조차 갖기가 어렵습니다.
응급센터 지원을 늘려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조금 전, 드디어 19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24시간, 응급환자를 위해 뛰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격려하고, 다소간의 불편함도 감내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늘길 기대합니다.
외상센터를 찾는 이는 내 가족, 아니 바로 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