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대 후원금을 받아 유용한 혐의(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을 받는 전병헌 전 대통령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을 25일 새벽 기각했다. 전날에는 이명박정부 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 조작에 관여한 혐의(군 형법상 정치관여, 직권남용)로 구속됐던 국방부 임관빈 전 정책실장을 김관진 전 장관에 이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어줬다. 검찰의 적폐수사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수사팀 안팎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여 석방하는 것은 이례적인데다, 앞으로도 전 정부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받을 예정이라 향후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 연이은 구속 제동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전병헌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피의자의 범행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는 점, 관련 자료가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관련자들이 구속돼 진술조작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낮은 점, 피의자가 도망갈 염려가 크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를 보강해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24일 임관빈 전 실장에 대해 구속적부심을 연 뒤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증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풀어줬다.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 격앙된 검찰, 법원은 확대해석 경계
검찰은 가급적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수사팀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전 정권은 물론 전 전 정권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을 잘 안다"며 "부담을 느낀 법원이 이미 구속했던 피의자까지 이례적으로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어주며 선을 긋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수사팀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법원과의 충돌은 자제하고 구속 영장 기각(또는 구속적부심 인용)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필요하면 다시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은 피의자들을 석방한 데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국민들이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은 유죄, 불구속은 무죄'라고 인식해서 그렇지 원칙은 '불구속 수사'이기 때문에 피의자를 구속해야만 필요한 진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속적부심 재판부가 밝힌 이유 만으로도 충분히 석방이 가능한 사안이어서 섣불리 다른 배경을 추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 역시 "피의자들을 구속한 지 열흘이 지났다면 그 사이 추가로 증거를 확보하는 등 수사가 많이 진전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사라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 일각에선 “신광렬 수석부장판사(52·사법연수원19기)가 군 관계자들을 석방한 것은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50·19기)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불법사찰·우병우 비선보고' 조사
한편 이날 오전 10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50·22기)이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최 전 차장은 '사찰 내용과 관련해 우병우 전 수석과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등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최 전 차장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기소)의 직속상관으로, 국정원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몰래 보고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조만간 우 전 수석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최근 남재준 원장 시절인 2013년 국정원 '현안 TF' 주도로 대통령 민정
[이현정 기자 / 송광섭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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