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고쳐 쓸 수 있는 스마트폰 단순 파손 액정을 고객에게 돌려받아 장물업자에게 되팔고 스마트폰 제조업체에는 사용할 수 없는 폐액정을 반납하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빼돌린 스마트폰 수리기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수리기사 A씨(30)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회사 수리기사 195명과 장물업자 8명도 같은 혐의로 검거해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액정 수리를 맡긴 스마트폰 고객들이 수리비 할인을 받기 위해 반납한 단순 파손 액정을 빼돌려 장물업자에게 액정당 5만원~13만원에 팔았다. 단순 파손 액정은 액정 바깥쪽 강화유리가 깨진 상태의 액정이지만 화면은 정상적으로 작동해 손쉽게 고쳐쓸 수 있다.
A씨 등은 이처럼 재활용 가치가 높은 단순 파손 액정은 높은 가격에 팔아 이득을 챙기고 장물업자에게는 고쳐쓸 수 없는 폐액정을 헐값(개당 5000원~3만원)에 사들여 삼성전자 본사에 반납했다. A씨 혼자 빼돌린 액정만 시가로 1억8600만원 규모라고 경찰은 전했다. A씨를 포함한 196명의 수리기사의 전체 횡령 규모는 6억6000만원(약 6400개)에 달한다.
B씨(38) 등 장물업자 8명은 인터넷사이트 광고를 통해 단순 파손 액정을 수리기사에게 사들여 중국에 수출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좌변기에 잠깐 빠뜨렸다가 건진 이른바 '침수 액정'은 수리과정에서 액정을 되살릴 수 있는데도 상태확인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고객에게 재방문을 요구한 뒤 고객이 다시 전화로 문의하면 "폐액정으로 확인됐으니 액정을 포기하라"고 유도
김성종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침수 등으로 스마트폰 액정 수리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엔지니어들에게 정확한 액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용 가능한 액정을 폐액정으로 오인해 반납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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