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사망자의 시신 14구가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에는 유족의 울음이 끊이지 않는 등 이틀째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22일 이 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는 50여명이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하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대기실 곳곳에서는 통곡과 오열하는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습니다.
참사로 아내를 떠나보낸 유족 류 모 씨는 "목욕을 하러 갔던 아내를 잃고 나니 모든 것이 허망하다. 더는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닦았습니다.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류 씨는 "아내 시신을 확인했는데, 두꺼운 외투만 입고 있었다"면서 "옷가지라도 걸치고 탈출하려다 시간을 놓친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불이 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발견됐습니다. 시신 손바닥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던 탓에 21일 밤 11시가 넘어서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유족은 전날부터 한 끼도 입에 대지 못한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대기실 구석에는 쪽잠을 청했으나 눈이 감기지 않아 뒤척이는 유족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가족 10여명은 대기실 한쪽에 모여 장례 절차와 유족 모임 구성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류 씨는 "한 번에 30명 가까운 사람이 숨져 제천에는 수용할 장례식장이 없다"면서 "시가 유가족 대표를 선출하도록 도와 주고 합동 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5명의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제천명지병원 유가족들도 황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사망자 최 모 씨의 유족은 이날 오전 7시께 장례식장 지하 임시 빈소에서 장례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씨는 대학생 딸, 고3 딸, 막내아들 등 3남매를 키우던 맞벌이 엄마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했습니다. 고3 딸은 이번에 수능을 치러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한 유족은 "고인이 5남매 중 넷째 딸인데 다음 주 남매들이 모두 모이는 가족 모임을 할 예정이었는데 못 보고 세상을 떠나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를 아는 한 지인은 "성실하고 순박한 최 씨는 자식 셋을 어엿하게 키우기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9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