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힘든데 강추위까지 밀려들면서 사람 자체가 귀해졌어요. 매출이요? 거의 마이너스죠"
각양각색의 노점들이 즐비해 있던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파가 밀려든 23일 저녁 7시 명동예술극장부터 명동 성당 사거리로 이어지는 거리엔 단 2곳 만이 정상 영업 중이었다. 매일경제가 국내 대표적 관광명소인 서울시 중구 명동거리 노점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영업허가가 난 182곳 중 운영 중인 노점은 128곳에 불과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명동거리에 등록된 노점은 총 365곳으로, 거리 혼잡 등을 이유로 격일제(182곳) 영업이 원칙이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소중한 노점상들이지만 강추위에 손님이 줄면서 10곳 중 3곳이 영업을 포기한 셈이다.
10년 간 명동서 노점상을 했다는 김 모씨(40)는 "경기가 좋을 땐 격일 영업에 불만이 많았지만 최근엔 딱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님이 더 줄어 영업을 하지 않는 날엔 막일 등을 하며 벌이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이 최저기온으로 떨어진 24일은 더 한산했다. 오고가는 관광객과 쇼핑족들로 가득 차 한치 앞을 볼 수 없었던 명동 유네스코 길은 초입에서 200m 이상 전방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노점 영업 시작 시간인 오후 4시가 지났음에도 제때 영업을 개시한 곳은 손에 꼽혔다. 맥반석 버터오징어구이를 파는 50대 장모씨(가명)는 "장사만 잘 된다면 아무리 추워도 영업을 하는 게 우리"라며 "최근 매상은 안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3분의 1수준"이라고 전했다.
살을 에는 한파에 사회 곳곳에선 일시적이지만 새로운 풍경이 벌어졌다. 배달음식과 택시 이용이 늘고 회식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 곳곳의 다세대 주택가는 수도계량기가 얼어 물을 쓰지 못하는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강서구에서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이 모씨(32)는 "물이 안 나와 씻지도 못하고 집을 나섰다"며 "직장까지 택시요금은 만원이 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오늘만은 돈 걱정 하지 않기로 마 음먹고 콜택시를 불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수도사업본부와 북부수도사업본부에는 전날 저녁부터 수십여건의 동파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쇼(No show)'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우 모씨(61)는 "23일 저녁 7시에 8명이 예약이 돼 있어 준비를 마쳤는데 예약자가 30분 전에 전화와 날씨 탓에 예약을 미루겠다고 전했다"며 "지난 이틀동안 테이블에 내놨다가 말라버린 밑반찬들이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마사지숍과 같은 1대1 서비스 중심 사업장들은 노쇼의 피해는 더 크다. 동작동에서 피부마사지샵을 운영하는 위 모씨(38)는 "손님이 관리사에게 일대일로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예약을 해놓고 업장을 찾지 않으면 고스란히 매출 피해로 이어진다"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이런 일들이 잦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집과·치킨·피자 등 배달 요식업체들엔 화색이 돌았다. 아내와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52)는 "모처럼 일손이 부족해 아들이 이번주 내내 배달 업무를 돕고 있다"며 "손님들이 추운 날씨에 배달을 시켜 미안한 기색까지 보여 힘든 걸 모르고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추위는 한반도 북부지방의 저기압이 한반도에 찬 공기를 불어넣으며 시작됐다. 기상청은 "캄차카 반도의 절리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 나가지못하면서 5km 상공으로 영하 35도 이하의 찬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며 "지난주가 평년보다 다소 높은 기온이어서 시민들이 더 춥게 느끼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혹한을 이겨내려는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올 들어 세 번째 급전(給電) 지시를 내렸다. 전력거래소는 24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수
[고재만 기자 / 나현준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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