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정원감축 처분에 불복해 교육부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가 최근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등 교육부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는 행보를 보여 교육부 눈치 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는 지난 3월 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하는 '정원 모집정지 취소' 소송 및 '정원 모집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16·2017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연세대가 교과과정 외 문제를 출제했다고 판단한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확정·통보한 '입학정원 35명 감축'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정원감축은 2019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데 이 경우 연세대는 재정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원감축이 예정된 연세대 공과대학의 2018학년도 입학금과 등록금의 합은 780만원 수준으로, 학생 35명이 줄어들면 약 2억7300만원의 재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연세대 측은 행정처분을 최초 통보받았을 당시 "교과과정 밖의 내용을 규정하는 기준에 대한 교육부와 대학 간 시각차가 존재했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원감축으로 인한 재정부담과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해 정부 상대 행정소송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연세대가 교육부의 요구사항인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와 '정시 확대'를 즉각 수용하자 교육계에서는 올해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앞두고 연세대가 눈치작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 역량진단 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고려해 연세대가 교육부와의 갈등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실제 연세대는 다른 대학들이 교육부의 요구에 대해 한창 논의중이던 지난 1일 기습적으로 정시확대와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발표한 뒤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에게 "연대가 다른 학교들보다 선제적으로 입시정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연세대 핵심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정부 대학평가나 재정지원사업 만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오래전부터 준비해오던 입시정책이 마치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급조된 정책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연세대는 교육부에서 줄곧 논술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논술전형을 2020학년도에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연세대가 지나치게 교육부 눈치를 본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의 예고없는 '정시확대' 요구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연세대 측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소송에 대해서는 취하 없이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연세대에 이어 서강대도 2020학년도 입학 전형에서 정시 모집 비중을 30% 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9학년도 전형의 정시 비중이 20.2%라는 점을 고려하면 10%포인트 가량 급격히 늘리는 셈이다.
서강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일 "2020학년도 정시 선발 비중을 28%에서 30% 사이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최종 입시요강은 오는 6일 열리는 입학전형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원래 2020학년도 정시 모집 비중을 기존 20.2%에서 24%로 올릴 방침이었다. 주요 9개 대학 중 정시 모집 비중이 세 번째로 낮아 선발 인원의 균형 강화가 필요하단 입장이었다. 그러나 교육부의 수시 확대 기조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해 비중을 3.8%포인트 가량 소폭 늘리기로만 했다. 하지만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최근 느닷없이 정시 확대를 권고하자 다시 정시 비중을 30% 수준으로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확정될 경우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은 기존 320명에서 470여 명으로
이 관계자는 "정시 비중을 늘리는 대신 논술 전형 비중이 10% 중반 대로 줄어들 것"이라며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의 2019학년도 논술 전형 모집 비중은 약 22%,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은 약 56%에 달한다.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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