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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를 마음먹은 직장인들을 위해 설립된 퇴사학교 간판.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신사역에 있는 퇴사학교에 '프로방황러의 방황 & 창직 스토리' 수업을 듣기 위해 10여 명의 직장인들이 모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장인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자신을 소개하면서 강의가 시작됐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퇴직을 고민하는 수강생들 한둘씩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강사인 김글리 '방황전문가'도 자신이 경험한 방황을 토대로 다양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은 수업 중간마다 손을 들며 질문을 하거나 준비해온 공책에 강사의 말을 필기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에 수업은 애초 예정된 9시 반을 훌쩍 넘긴 10시 20분께 마무리됐다.
퇴사학교는 2016년 5월 장수한 대표가 '퇴준생'(퇴직준비생)들을 위해 설립한 이색학교다. 모든 직장인이 행복하게 일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강좌를 제공한다. '퇴사학개론'부터 '퇴사방지단', '자영업 입문 스쿨', '월급 외 10만원 벌기' 등 개교 이래 약 50명의 강사가 500여 개의 수업을 개설해왔다.
다른 학교처럼 과제가 있는 수업도 있다. 본인이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나 직접 체험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선 강사가 자율적으로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부여한다.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수업이 아닌 특별프로그램까지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엔 '수요 퇴사회'를 열어 퇴사 선배와의 만남을 갖고, '원데이 퇴사캠프'가 열리는 날엔 개별적인 퇴사코칭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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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학교 내부 모습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퇴사학교가 입소문을 타면서 수강생도 꾸준히 늘었다. 김 디렉터는 "지난해까지 5000여명의 수강생이 다녀갔다"면서 "한 달에 200명씩 꾸준히 방문한 셈인데 초반에 비하면 계속해서 방문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강사 역시 1년에 두 번 '프로퇴사러'를 공개적으로 모집하긴 하지만, 직접 강의계획서를 내며 연락해오는 강사도 많아졌다.
퇴사학교가 날이 갈수록 큰 인기를 끄는 건 대한민국 직장인이 처한 현실 때문이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직장인은 15.5%, 입사 2년 안에 퇴사하는 경우가 71.6%에 육박했다. 인사평가 직후엔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85%였고, 직장인의 51.5%는 자신의 직업을 "꿈꿔온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유례없는 취업난을 뚫고 '취뽀'(취업 뽀개기, 취직에 성공했음을 이르는 말)에 성공한 직장인들의 대다수가 다시 퇴직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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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학교 기본 안내 책자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이어 "퇴사 희망자들은 대부분 당장의 힘듦에 이끌려 감정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퇴사학교가 추구하고 응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퇴사가 아닌 성장을 위한 퇴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의 가능성을 찾고 고민해보는 역할을 퇴사학교가 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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