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요?
미투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며 '성관계 사전 동의 어플'이 등장한 건데, 그 내용이 참 가관입니다.
우선 '강요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며 서로 성인 임을 확인하고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 '성관계를 빌미로 계속 만나줄 것을 강요하거나 협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죠. 여기에, 각각 동의 버튼을 누른 후 SNS나 이메일로 이를 공유하면 '성관계 동의서' 작성이 완료되는 겁니다.
이런 어플들은 사용법도 간편해 출시 며칠 만에
수천 명이 다운받을 만큼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임신해도 남성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서로 피임을 한다 해도 임신은 될 수 있는 건데, 그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겁니다. 법적으로도 두 사람의 동의와 관계없이 아이에 대한 권리는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은 아예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데도 말이죠.
또 '성관계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거꾸로 보면, 배우자가 있는 이들도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되죠. 이런 걸 어긴 사람은 일억 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조항까지 있습니다.
미투운동은 이른바 품격사회를 만드는 운동입니다. 잘못된 성폭력과 성희롱 행위를 폭로함으로써 우리 모두와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거죠. 편법으로 성관계 동의서를 만들어 나중에 생길 미투를 예방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성인이 자신의 성적 결정권을 갖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이후 생기는 일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이번 미투사태를 통해 미투운동이 어떻게, 왜, 등장하게 됐는지 반성하고 취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성관계 동의서'가 등장한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