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서류조작에 땅 잃은 봉은사, 정부 80억 배상 판결

↑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봉은사가 50년 전 정부의 농지개혁 사업 이후 되찾았어야 할 땅이 공무원의 서류조작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것에 대해 정부가 약 8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배성중 부장판사)는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봉은사에 79억9632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봉은사는 1950년대 정부가 농지개혁사업 중에 사들였던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 가운데 793.4㎡(240평)를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농지개혁 당시 정부는 농지로 사용할 땅을 매입한 뒤 경작자에게 분배되지 않은 땅들은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줬다. 1968년 시행된 농지개혁사업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공무원 2명은 이 과정에서 봉은사 땅 793.4㎡를 봉은사가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해당 공무원 2명은 서류조작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유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봉은사는 재산을 되찾기 위해 땅의 명의상 소유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지 오랜 시간이 지나 2015년 1월 패소가 확정됐다.
이에 봉은사는 정부를 상대로 지난해 8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봉은사에 환원됐어야 하지만, 공무원이 상환을 완료한 것처럼 가장해 1970∼1971년 (제삼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며 "정부는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봉은사는 제삼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이를 취득할 때까지 권리보전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토지를 처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며 "봉은사의 부주의 내지 공평 원칙에 따라 정부의 책임 손해액을 8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