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 모씨(55)는 지난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앞으로 운전면허증을 자신에게 맡길 것을 권유했다. 그동안 운전을 그만두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넸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각오를 다졌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운전하는 아버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택시비는 얼마나 드리고 있냐'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면서 "처음에는 아버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가 될까봐 걱정했지만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령인 부모가 운전하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그만두라는 말을 못해 고심하는 자녀들이 늘고있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인지능력이 떨어져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평생을 잡아온 운전대를 놓으라는 말에 상처받을 것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 초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버스 참사에서 운전자를 포함한 노인들이 희생당하는 등 고령자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두고볼 수 없다며 나서기 시작했다 . 부모 세대에서도 '운전 졸업'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면서 자가 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65세 이상 운전자 수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279만7409명으로 5년새에만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 연령대 운전자가 일으키는 사고 건수도 매년 2만건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세대에서 자발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면허 자진반납 사례는 매년 늘고는 있지만 연간 1000명대에 불과했다. 한 교통안전 전문가는 "면허 반납에 대한 반대급부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나서서 면허를 반납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면허 반납 사실이 다른 사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존심의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면허 취득에 상한선이 없어 면허 반납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만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3시간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교육은 교통법규, 안전운전기법 등 기본적인 운전교육과 함께 고령운전자가 운전 성향을 자가진단하고 분석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또 인지능력검사를 통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교육을 이수하고 인지기능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으면 일부 보험사 계약시 보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임명철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는 "다수의 참가자들이 인지기능검사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납득하고 운전을 그만둬야겠다는 인식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운전 관련 고령자 교육이 권고사항에 머물면서 교육 참가율은 저조하다. 2013년 8월 첫 시행 이후 교육 참가자 수는 총 2만4861명으로 해당 연령대 면허 보유자 중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차장은 "70세 미만에서는 대체로 자신이 고령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탓에 교육을 신청하지 않는다"면서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고령자 나이대가 생각보다 높아 특정 기준을 마련하고 의무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이에 내년 1월부터 7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