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조사 결과 대응 방안에 대해 "법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 법원장들을 비롯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이 형사조치에 대해 잇따라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 김 대법원장의 의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이번 사태가 사법부 내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맨 처음 출발할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원칙적으로는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 출범 당시 법원 스스로 힘으로 이번 사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발언도 검찰수사 또는 국회 국정조사 등을 받는 것보다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지법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형사조치를 할 경우 향후 재판을 책임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법관들이 '이번 사안은 처벌이 어렵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단독·배석판사들이 내놓는 입장은 원론적으로 '촉구한다' 수준이지만 고참 법관들은 왜 외부기관에 맡기면 안 되는지를 세밀하게 문구에 담았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이는 무게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이 형사 조치 필요성을 시사한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김 대법원장도 "법원 내 해결이 중요하다는 게 더 이상 검찰 수사를 안 하겠다는 뜻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뜻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본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상황을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물음에는 "그 부분에 관해선 마지막으로 의견을 말씀드릴 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부장판사는 "다분히 원칙적인 말을 한 것이고 김 대법원장 특성상 벌써 결론을 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경지법 판사 역시 "형사조치 배제라기보다 정무적 판단 없이 원론적으로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김 대법원장이 적절한 대응 시기를 실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선 인권법 소속 부장판사는 "만약 형사조치를 하려고 했다면 특조단 결과 발표와 함께 해야 했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내부 해결로 방향을 정한다면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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