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9일) 오후 11시 46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개발원 입구 사거리.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어 유턴이 불가능한 길목에서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 단속에 나섰습니다.
음주 감지기에 알코올이 감지된 한 여성 운전자는 '운전대를 놓고 차에서 내리라'는 경찰의 지시를 받고도 직접 차를 도로변에 주차하려다가 한참 실랑이를 했습니다.
마침내 차에서 내린 이 운전자는 알코올 농도가 높게 측정될 것을 걱정한 듯 경찰관들에게 "목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한 뒤 물을 머금고 시간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9로 측정됐습니다. 경찰관이 "0.1 이상이면 면허 취소인데, 0.099니까 면허 정지 100일에 해당한다"고 일러주자 운전자는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탄 50대 남성 운전자가 면허 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75가 나왔습니다.
이 운전자는 "대리운전 다섯 곳에 연락했는데 안 받아서 직접 운전했다"며 "조사가 끝나면 직접 차를 몰고 가도 되겠냐"고 말해 경찰관들을 한숨짓게 했습니다.
경찰은 두 운전자에게 조사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를 작성하게 한 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시킬 방침입니다.
교통안전과 소속 이동열 경위는 "음주 운전자들은 평소 운전하던 습관이 있어서 경찰이 제지해도 차에서 내리지 않거나 고집을 부린다"며 "오늘 정도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청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날 늦은 오후부터 30일 아침까지 전국 유흥가와 식당 주변, 자동차전용도로 진입로 등에서 전국 동시 음주 단속에 나섭니다.
단속을 피할 수 없도록 20∼30분마다 장소를 옮겨 다니는 '스폿 이동식 단속' 방식을 이용할 방침입니다.
이날 현장을 지휘한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의 심상묵 팀장은 "서초구는 단속에 걸리는 이들이 많지 않은데, 나온 지 2시간 만에 2명이 단속에 걸린 것은 많은 편"이라며 "계속 위치를 이동하면서 밤새 단속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