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기획관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특활비 뇌물 혐의 무죄 선고는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국정원장 3명,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대통령 비서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재직했던 김진모 전 대통령 민정2비서관 사건에 이어 다섯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6일 김 전 기획관의 뇌물방조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국고손실 방조 혐의는 "2017년 2월에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면소란 공소시효 등 요건을 갖추지 않아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김 전 기획관은 애초 구속기소됐으나 지난 5월 2일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뇌물방조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활비 상납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방조했다는 피고인의 공소사실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앞서 선고된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 사건과 마찬가지로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특활비 상납 요구를 관행적인 자금 지원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국정원장직 유지나 국정원 현안 관련 대통령의 편의를 기대하고 돈을 줬다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두 전직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뇌물 혐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관련 뇌물 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활비를 건넨 피고인들(국정원장)과 이를 방조한 피고인(김 전 기획관)의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이상 특활비 상납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 방조자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의 구조와 비슷하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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