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온 검찰과 경찰의 수장이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 발표 이후 다시 만났다. 지난해 7월 문무일 검찰총장의 경찰청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번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검찰청을 찾았다.
민 청장은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해 문 총장과 면담을 나눴다. 현직 경찰청장이 대검찰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7월 문 총장이 취임 직후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을 만나러 경찰청을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면담이 약 1시간에 걸쳐 이뤄진 점으로 미뤄 양측 수장은 단순한 덕담 외에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향후 협력 방안이 언급됐을 것으로 보인다. 민 청장을 배웅하기 위해 직접 청사 문 앞까지 나온 문 총장은 취재진에게 "서로 간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좋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검·경이) 긴밀한 관계이고 먼저 조직의 책임자가 되신 문 총장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민 청장의 발언에 문 총장은 "업무 협의를 잘 하겠다"며 웃으며 답했다. 또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민 청장은 "(문 총장이) 먼저 조직을 책임져온 분으로서 (제게) 좋은 덕담을 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검·경 수장의 만남은 민 청장 취임 후 상견례 차원의 방문 외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문 총장의 경찰청 방문 당시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만나기 위해 경찰청을 방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두 기관이 수평적 관계로 나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졌었다.
그러나 이후 문 총장은 사법개혁제도특별위원회 등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 지휘 및 종결, 영장심사 권한 등이 기존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에도 검찰과 경찰은 서로의 수사 오류와 부실 관련 통계들을 내세우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수사권 조정안을 두면 수사 권한과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것이 너무 많다"며 "어떠한 수사 권한도 놓기 싫어하는 검찰과 알멩이 없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경찰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관을 폐지하고 양측을 협력관계로 두며,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용건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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