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4억1000여만원의 국세를 체납했다는 이유로 임모 씨에 대해 지난해 5월~11월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의 부인이 필리핀 체류 경험이 있고 자녀들이 미국과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어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임씨는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했다는 의심만으로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임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법무부의 출국금지 처분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출국 자유 제한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할 출국금지 제도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0일 법무부의 '최근 5년간 출국금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국금지 요청은 1만4886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인 2013년(8485건)과 비교하면 75% 이상 늘어난 규모다. 메르스 사태로 출국금지 요청이 일시적으로 폭증한 2015년을 제외하면, 2013년 이후 출국금지 요청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출국금지는 범죄수사나 형사재판,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해 중앙행정기관이 법무부에 요청해 국민의 출국을 막는 제도다.
기관별로 보면 국세청의 출국금지 요청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2013년 1164건이었던 출국금지 요청은 2017년 5670건까지 급증했다. 특히 올 들어 7월까지 건수는 지난해 1년치와 맞먹는 5566건으로 나타났다. 출국금지 요청 사유도 세금체납이 가장 많았다. 2013년 세금체납에 따른 요청은 1282건으로 범죄수사에 따른 요청(4936건)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범죄수사에 따른 요청의 절반까지 늘었고 2017년에는 웃돌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는 세금체납에 따른 요청(5759건)은 범죄수사에 따른 요청(2709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 건수가 최근 증가한 것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기준이 2016년 체납액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3억원 이상에서 2억원 이상으로 강화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에선 출국금지를 엄격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취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우려가 없는데도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금지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법인세 5억5000여만원 미납했다고 출국금지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이 자택을 판 돈을 대출금 상환 등에 모두 사용한 점, 해외에 생활 기반이 있다거나 주된 출국지인 중국 등에 재산 도피를 위한 근거지를 만들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경아)는 사업 부도로 4억여원대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2009년 6월부터 9년 가까이 출국금지 처분을 받은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송광섭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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