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 것처럼,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 뉴스추적에선 사법농단 첫 구속에 따른 뒷이야기, 윗선에 대한 수사 여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손기준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 1 】
손기자, 우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사법농단'의 키맨으로 불리는 건가요?
【 기자 】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텐데요. 임종헌 전 차장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한 '엘리트' 판사였습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와 예산, 사법제도 전반을 관장하는 곳인데요. 말 그대로 사법권력의 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조직의 2인자였던 임 전 차장은 지난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통합진보당 소송 등 재판거래의 실무자 역할을 맡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실무자였던 임 전 차장이 모든 것을 독단으로 진행하진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자 역할을 했던 만큼, 임 전 차장이 사법부 윗선과 연결된 핵심고리라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해 오다 결국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 질문 2 】
아무래도 엘리트 판사 출신이니만큼 구속이 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어요.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 기자 】
법원이 이번에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이유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볼까요.
사법행정권 남용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가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크게 10개 정도 됩니다.
특히 지난 7월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임 전 차장의 사무실에서 USB를 발견했는데요.
USB 속에는 과거 대법원 산하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410개 문건 외에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이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은 이런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죄 사실이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또 지난달 MBN이 단독 보도해 드린 내용인데요.
저희가 임 전 차장이 차명 전화를 개통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드렸는데, 이런 부분들도 증거 인멸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조금 전 들어온 소식을 말씀드리면,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이 입장을 내놨습니다.
증거인멸 염려가 전혀 없음에도 구속한 것은 의외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또한 부당한 구속인 만큼, 검찰수사에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 이번 영장실질심사 시간은 6시간이 걸렸어요. 이 정도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 거 아닙니까?
【 기자 】
네, 우선 어제(26일) 영장실질심사 전 취재진 앞에선 임 전 차장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임종헌 / 전 법원행정처 차장
- "법원의 절체절명 위기에 대해 책임 느끼신다고 하는데 아직도 혐의는 부인하시는 건가요?"
- "…."
이렇게 임 전 차장은 법원 밖에선 '묵묵부답'이었는데요. 하지만, 법정에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모두 각각 230쪽과 180쪽에 달하는 문서와 함께,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습니다.
심사에서 임 전 차장은 재판 개입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대단히 부적절했지만, 법적으로 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강제징용 재판과 통진당 관련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각각 "청와대는 수족이 없어서 도와준 것", "행정처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임 전 차장이 이런 반격에 나서면서 어제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분석입니다.
【 질문 4 】
결국,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어요. 그러면 사법부 윗선에 대한 수사도 곧바로 진행되는 건가요?
【 기자 】
네, 영장이 발부되면서 검찰은 이제 앞으로 최장 20일간 임 전 처장을 구속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임 전 차장의 상관이었던 이른바 '박-차-고', 즉 박병대 전 대법관, 차한성 전 대법관, 그리고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소환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당시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임 전 차장만 구속하는 대신 그 위와 관련한 영장은 기각하는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질문 5 】
그래서 그런 걸까요? 국회에서 이른바 '사법 농단'을 담당한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두됐습니다. 이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기자 】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여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입니다.
현행 재판부에 의한 재판으로는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선데요.
하지만 법조계, 특히 현직 고위직 판사들을 중심으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중심으로 특별재판부가 추진되면 더 정파성을 띨 수 있어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을 두고도 사법부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만큼,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사법 농단' 수사가 진행된 지 몇 달 만에 '방탄판사단'으로 비판받던 법원이 드디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부 손기준 기자였습니다. [standard@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