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연생산량 1위(단일 공장 기준·세계4위)의 경상북도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1970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최근 경상북도가 석포제련소에 '120일 조업정지'를 사전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전((事前)'이란 단어가 붙었지만 내달 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석포제련소는 사실상 1년간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120일 조업 정지에 따라 공장 설비를 모두 멈추고 점검 등을 거쳐 재가동을 하는데까지 1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며 "1년간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조업 정지 조치는 석포제련소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석포제련소의 협력업체들인 29곳의 지역 중소기업에게 있다. 이들에게서 석포제련소의 120일 조업정지가 '개점휴업'이 아닌 '폐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20일 조업 정지에 대해 한 협력업체 대표가 "우리 공장 문은 아예 닫아야 할 판"이라며 "협력업체들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조업 정지 기간이 최대한 줄어야 한다"고 할 정도다.
28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그룹이 소유한 석포제련소는 연간 40만톤의 아연을 생산하며 연 매출 1조 4000억원을 올리고 있다.
아연 생산 국내 점유율은 40%, 세계 시장 점유율도 10%에 달해 국내와 세계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제조공장이다.
아연은 금속의 부식 방지를 위한 도금용으로 많이 쓰이며 철제품에 아연을 부착하게 될 경우 금속의 재차 부식을 막는 역할을 하는 중요 소재다.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아연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 업체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기업에 납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로 생산 차질을 빚게 되면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석포제련소 협력업체는 29곳으로 625명이 근무 중이며 이들 업체들은 연간 53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만약 석포제련소가 조업을 중단하면 대다수의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120일 조업 중단은 1년 가까이 무기한 휴업을 해야 돼 사실상 폐업상태가 된다"며 "협력업체 근로자 중 상당수는 장기간 경제적 곤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장이 위치한 석포면 주민들도 "제련소가 조업 정지되면 석포면의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석포제련소 근로자 1200명 대부분도 현재 석포면에 거주하고 있어 조업 중단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석포제련소의 조업 정지가 아연이 필요한 산업인 자동차, 조선, 철강, 조선 등의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아연은 장기 계획 시스템에 따라 고객사에 공급 중이며 조업 정지가 현실화되면 철강업체 등은 대체 수급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영풍그룹은 석포제련소 이외에도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도 소유 중이며 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연은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영풍이 20일 조업정지 통보를 받았을 때도 전세계 아연시장 가격이 출렁거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며 "만일 120일 조업 정지가 현실화되면 철강업계, 자동차, 조선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영풍의 조업 정지시 경제 생태계에 발생하는 매출 손실은 1차적으로 10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120일 조업 정치 처분이 확정되면 사실상 1년 간 휴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제련소는 일관 화학공정으로 구성된 공장이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가동을 중단하기 어렵다"며 "기술적으로 각 공정에서 사전 준비가 이뤄져야 하고 조업정지 이후에도 재가동을 위한 테스트 기간 등도 소용되기 때문에 앞뒤로 6개월 이상을 더 소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풍은 지난 27일 조업정지에 대해 경북도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법 위반의 억울함도 표명하고 있다. 경북도는 석포제련소가 지난해 2월에도 법 위반 행위로 20일 행정 처분을 받았다며 가중 처벌로 '120일 조업 정지'를 내렸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환경부가 문제 삼은 이중옹벽조는 경북도가 '배출방지허가시설'로 인허가를 해 준 시설"이라며 "환경부가 오염방지시설을 오염시설로 착각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농어촌환경오염 전문가인 조용환 한국농어촌빅텐트 대표는 "환경부가 주장하는 것은 영풍의 이중옹벽조가 허가되지 않은 시설이기 때문에 불법 방류와 효과가 똑같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영풍은 사실상 자체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배관, 이중옹벽조 등을 만든 것인 만큼 기업의 의도를 조금 더 면밀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는 향후 한 달 청문 절차를 통해 영풍의 소명을
이에 앞서 석포제련소는 지난달 중순 환경부 단속에서 오염된 세척수가 제련소 내 유출차단시설로 흘러 들어갔다며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을 경북도에 통보했고 이에 경북도는 이달 초 석포제련소에 '120일 조업정지' 사전 통보를 한 바 있다.
[봉화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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