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건 모른다는 걸 일깨우는 고사성어죠. 이번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안이 이 고사성어와 꼭 닮았습니다.
'폭탄'이라고까지 불리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평균 만 원 정도 깎아주는 대신, '각종 할인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 여기에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을 달리 적용하겠다.' 이게 어제 한전이 공개한 전기요금 개편안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1인 가구처럼 전기를 적게 쓰는 1단계 사용자들에게 월 4천 원 정도 할인해 주던 걸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 요금을 내렸으니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겨울에는 요금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개편안대로 된다면, 올여름 에어컨 좀 마음 편하게 틀 수 있으려나 했던 국민들은 사시사철 전기요금 걱정을 해야 될 상황이 되는 거죠. 한전은 왜 국민들을 상대로 조삼모사, 돌려막기를 하려는 걸까요.
한전은 여름철 요금 할인으로 매년 3천억 원 정도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손실을 보게 되면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임으로 인한 소송을 당하게 되죠.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요금 인상을 못하는 한전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안'인 건데, 결국 기업의 경영 논리에 애꿎은 국민들만 조삼모사, 고사성어에 나오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는 겁니다.
전기는 여름에만 쓰는 게 아니라 사시사철, 1년 365일 쓰는 거란 걸 몰랐을까요. 탈원전을 외치면서도 전기료 인상은 없을 거라고 했던 정부에,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정부에, 탈원전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못 하고 이런 꼼수로 빠져나가려는 한전. 국민은 '조삼모삼'라도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