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1923년생)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검찰이 최종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예세민 부장검사)는 정 전 회장의 넷째 아들 한근(54)씨가 제출한 사망확인서 등 관련 서류가 진본이라는 사실을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확인받았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와 주민청 내부시스템에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이 등록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함께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22일 강제송환된 한근씨로부터 부친 사망과 관련한 증거를 제출받고 진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해왔다.
한근씨는 과야킬 시청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사망등록부, 무연고자 사망처리 공증서류, 화장증명서와 장례식장 비용 영수증 등을 검찰에 제시하면서 "정 전 회장이 작년 12월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간) 부친이 숨지자 이튿날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50쪽 분량의 자필 유고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외국으로 도피한 직후부터 2015년쯤까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사업하던 시절 얘기가 주로 적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과 객관적 기록을 종합해 정 전 회장이 숨진 것으로 결론 내리고 유골함을 유족에게 인도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일본에서 지병을 치료한다며 출국금지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2007년 5월 해외로 도피했다. 일본 대신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정 전 회장은 이듬해 1월 카자흐스탄, 2009년 4월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에콰도르로 갔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국내에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2009년 5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확정된 징역형은 집행이 불가능해졌다. 체납된 국세 2225억2700만원의 환수도 사실상 물건너갔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았다면 그 한도 내에서 납세의무도 승계된다. 그러나 세무 공무원 출신인 정 전 회장이 재산을 물려줬을
한근씨도 국세 293억8800만원이 밀린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추징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한근씨가 에콰도르에서 회사를 차려 유전개발 사업을 벌인 정황을 파악하고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함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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