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고발프로그램과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던 전직 방송사 PD가 2011년 외주제작을 하는 엔터테인먼트회사인 '온에어미디어'로 독립했다. 예전부터 해오던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들이었지만 뭔가 허전해하던 그는 아예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꾸준히 여러 전문 운동을 섭렵하던 김진길 대표는 2014년 근육운동기기인 독일의 EMS(Electrical Muscle Stimulation)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종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이름은 '엠투웬티'다.
러시아에서 무중력 우주공간을 누벼야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운동으로 만들어진 EMS는 관절손상없이 근육을 늘리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몇년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EMS로 가장 유명한 업체는 55개국에서 5000여대를 판매한 X-BODY(헝가리)다. 저주파 근전기자극으로 근육을 자극하는 동시에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와 수트를 보급해왔다.
![]() |
↑ 엠투웬티가 개발한 중주파 EMS 전용수트를 입고 전용기계인 `마이미러`를 통해 운동하는 모습. 모니터 상단에는 셀프운동 동영상이 재생되고, 가운데에는 운동 프로그램이나 운동 강도 선택, 운동 결과 분석, 체성분 분석 결과 등이 나온다. 기계 하단에는 정밀체중계가 포함되어 있다. 전도성 기능이 있는 페브릭으로... |
그러나 이 시장이 기존 실내 운동공간인 피트니스센터와 경합을 벌이며 서로 비방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EMS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나갔다.
김진길 엠투웬티 대표는 "'20분 운동에 6시간 운동효과'라는 자극적인(?) 광고문구로 피트니스 센터와 회원을 뺏고 뺏기는 경쟁구도가 되버렸다"며 "시장이 왜곡되면서 EMS 스튜디오에 납품하는 수입 유통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아예 발상 전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피트니스센터와 '경쟁' 아닌 '상생'토록 발상 전환"
기존 EMS 장비는 저주파를 사용해 피부에 전기 통증을 없앨 수 없었지만, 엠투웬티의 '마이미러'는 2000~6000Hz대의 중주파로 피부 통증은 줄이고 저주파가 근육을 직접 자극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독일 의료기기업체와 제휴로 개발했으며, 애초 수입했던 독일산 기계보다 가격은 1/5 수준으로 낮춘 덕분에 유럽 피트니스 박람회에서 호평은 물론 현장 계약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MS 전용 수트 역시 기존 수입품은 몇십만원 대였지만, 자체개발한 수트는 10만원대로 살 수 있도록 가격도 대폭 낮췄다.
![]() |
↑ 언제 어디서나 '마이미러' 사용을 예약할 수 있도록 상용화한 M20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진길 엠투웬티 대표 |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EMS 전용센터를 통해 1회 이용하는 비용은 8만원 선으로 유럽(회당 1유로 수준)보다 4~5배에 비싸다"며 "마이미러가 아예 피트니스센터에 자리잡는다면 회당 2만원대로 비용부담도 확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현재 목표는 마이미러가 피트니스센터의 운동장비 중 하나가 되도록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렇다. 1대당 2500만원짜리 기계를 무상으로 피트니스센터에 설치하고, 소비자는 전용 앱을 통해 마이미러가 설치된 피트니스센터를 예약,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고 자신의 운동기록과 피드백 등을 자신의 계정에 저장할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를 통해 사용방법 등을 안내하거나 코칭하는 방법으로 수익도 센터와 나눌 수 있어 더 이상 경쟁구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품은 물론 사업모델까지 구체화했지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투자비용이다. 마이미러 개발 기간동안 수입이 없었던터라 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국내 금융권 등은 스타트업의 R&D 비용을 전혀 '스타트업의 투자'로 보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로 잡히니까 부채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2년여간 개발해온 것을 이제 상용화만 하면 되는 단계인데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향후 성장동력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힘들다. 얼마 전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자'는 대통령 발언도 있었지만 현장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MS 개발한 러시아에 역수출할 제품 만든 스타트업
물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의 과정은 쉽지도 짧지도 않았다. 중주파로 자체 개발한 '마이미러' 개발·제작에 1년, 수트 개발에 2년 반이 걸렸다. 당연히 이 기간은 수익은 없었고 개발 관련 지출만 이어졌다. 유명 전자업체의 임원급을 고문으로 영입했다가 방향이 맞지않아 예상치 못한 비용이 크게 새어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비용은 지금의 엠투웬티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됐다.
"올해 상반기에 유럽 최대 피트니스 박람회인 FIBO에서 마이미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고, 32억원 규모의 수출계약도 맺었다"는 김 대표는 "최근에는 스위스 EMS 트레이너 아카데미와 일본 야마가타현에 각각 마이미러 1호점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와 공동으로 의료기기 개발에도 나선 덕분에 조만간 건국대 산업협력단에 입주할 예정이다.
그는 "EMS는 2017년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분류 코드를 부여한 근감소증(사코페니아)과도 연관이 있다"며 "현재 건대병원 재활의학과와 공동연구로 재활병원이나 노인층, 중증환자 요양원, 종합병원 등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EMS 근육치료기,
이 외에도 "EMS 홈트레이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IoT 헬스케어, EMS 레깅스 등도 개발하며 다양한 사업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재 기존 투자자 외에 기관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