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가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국내에서 반일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새벽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차량에 불을 지르며 분신을 시도한 70대 남성이 결국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4분께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이 입주한 건물 현관 앞에 세워진 차량에서 불이 났다. 이 차에 타고 있던 김 모씨(78)는 일본대사관이 건물 앞 인도에 자신이 몰고 온 승합차를 세운 뒤 차 안에서 불을 붙였다. 당시 차량 내에는 20리터 휘발유 2통과 부탄가스 용기 20여개 등 인화성 물질이 발견됐다.
화재는 약 10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차 안에 있던 김씨는 가슴, 팔, 얼굴 등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12시57분께 화상성 쇼크 및 호흡부전으로 끝내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 차량을 끌고 집에서 나와 일본대사관 앞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범행한다'는 취지로 지인과 통화했다. 다만 김씨의 반일 감정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진 않았다고 전해졌다. 김씨의 장인은 과거 강제징용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인을 추가로 조사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겨레하나 등 85개 단체가 참여하는 민중공동행동은 오는 20일 오후 6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연다고 이날 밝혔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에 1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징용피해자 판결을 이유로 경제보복과 평화위협을 일삼고 있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집회에 참가하는 대학생 단체 겨레하나 관계자는 "지금 많은 국민이 일본에 항의하고 분노하고 있다. 불매를 넘어 우리의 힘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며 "이번 집회에서 행동으로 더 표현하고 촛불로 상징되는 의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점점 거세지는 반일 움직임을 놓고 전문가와 시민들은 보다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본의 행태에 대해 울분과 분노를 느끼겠지만 이번 분신같은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감정
이날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최 모씨도 "과거사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여기에 대해 애국심을 강조하거나 단순히 반일 감정을 드러내기만 하는 것은 이번 사태의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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