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장관의 약속이 무색하게도 일본 주재 총영사의 성추행 사건이 또 불거진 겁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지 아시죠.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는 최악. 외교적 해결을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게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인데 성추행이라니요.
장관이 아무리 무관용 엄벌을 강조해도, 본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재외 공관은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공관장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게 가능하다 보니,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로 인해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기도 쉽습니다. 최근에도 너무나 많았죠. 성추행, 성폭행 사건은 이젠 그러려니 할 정도고, 얼마 전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해임된 대사도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제대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외교관 면책 특권으로 비위행위를 저지르고도 법정 구속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행정직원을 집으로 불러 성추행한 외교관도 '정직 3개월'로 끝일 정도니까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10년간 외교부 징계 현황에 따르면 보안규정 또는 비밀엄수 위반 혐의 외교관 중 중징계를 받은 숫자는 '0명' 입니다. 아무리 장관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면 뭐합니까. 성비위든, 보안규정 무시든, 현실은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인데요.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곳만큼 썩기 쉬운 조직은 없습니다. 가뜩이나 외교적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고 개인 비위를 저지르는 염치없는 자들에게는 주무장관이 존재감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