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지 않으면 벌칙"…목포 보육원, 말 안듣는다는 이유로 ADHD 약 남용 의혹

↑ [사진 출처 = MBC 뉴스 캡처]

전남 목포 한 보육원에서 원생 통제를 위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치료약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9일 MBC는 이같은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남 목포 소재 한 보육원에서는 원생들이 말을 안듣는다는 이유로 냉장고에 ADHD 치료약을 줄줄이 붙여두고 아이들에게 강제 복용시켰다.
한 보육원 퇴소자는 이 약들이 ADHD 치료약이었고, 말을 듣지 않는 원생들에게 복용시켰다고 증언했다.
퇴소자 A씨는 "보육원 모든 냉장고에는 약이 붙어있는데 아동들이 말을 안들으면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와 먹인다고(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보육원 교사들이 왜 약을 먹이냐고 묻자 "나 혼자서 케어(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다" 등의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ADHD 약을 먹었던 한 학생은 "식욕이 떨어지고 예민해져 먹기 싫다고 했지만 계속 먹으라고 했다"며 보육원에서 약 복용을 강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육원은 약을 먹지 않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활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벌칙을 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이 보육원에서는 원생 47명 가운데 13명을 막무가내로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고 8명이 ADHD 약을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육원 측은 일반 아동에 비해 보육원 아이들이 학대, 방임 등에 노출돼 ADHD 유병률이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육원이 정부에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 낸 신청서를 보면, 치료 사유에는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말투가 강압적이다' 등 청소년기의 흔한 행동들이 적혀 있었다.의혹을 접한 시민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국내 보육원들의 ADHD 약물 사용 실태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낸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