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이런 뜻과는 사뭇 다른 '모범 기관'을 선정했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모범사례' 15곳을 뽑아 칭찬하며 박수를 쳐 줬는데, 내용을 보면 박수 칠 일이 아니거든요.
800명 넘게 정규직화했다는 공공기관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480억 원이었습니다. 또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고 월급을 올려줘 장관까지 방문해 칭찬을 받은 곳은, 알고 보니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에다 작년 부채비율이 9,000% 가까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4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라 임금도 연 400만 원이나 올리고 정년도 연장한 공공기관도 있었는데 이곳의 실적 평가 점수는 C였죠.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과제는 인건비 등 비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상당수 기관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 한마디로 경영실적이 '엉망진창'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채용 비리가 적발돼 수사 의뢰 대상이 된 곳도 정규직 전환을 많이 했다는 기준에 부합해 모범사례에 포함됐습니다.
정규직 전환이나 임금체계 개선은 근로자가 가야 할 방향이고, 혜택이죠. 하지만 그것도 처지와 상황에 맞게 하는 거 아닌가요. 안 그래도 부실 경영으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대규모 적자를 내든 말든 그저 정규직만 많이 전환하면 모범이 되고 우수한 공공기관이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한 무분별한 '눈 감은 평가'는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자화자찬 이면에 혹시 모범생만 만들면 된다는 조급함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정규직 전환을 대폭 늘리는 거, 그래서 발생할 적자, 이거 다 세금으로 메우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