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주 모텔 화재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회부 이현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번 화재로 2명이나 숨지고 30명이 넘게 다쳤는데요.
소방 대응은 어땠습니까?
【 기자 】
오늘 오전 5시 45분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 선발대는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119 안전센터가 있었는데요.
소방대원들이 신고 1분 만에 출동준비를 마치고 출발한 셈이니 소방당국의 대응은 신속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질문2 】
그렇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사상자가 많아졌죠?
불 자체가 크지는 않았잖아요.
【 기자 】
네. 사실 불은 최초 발화 지점은 308호 밖까지 크게 번지진 않았습니다.
문제는 연기였습니다.
침대 시트 등이 타면서 발생한 매캐한 연기가 건물 3,4,5층을 가득 채우면서 대피로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때 탈출하지 못하고 연기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사상자들이 많았습니다.
【 질문3 】
아랫층부터 연기가 차올랐으니 윗층에 있던 사람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네요.
그런데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던 의인도 있었다면서요?
【 기자 】
네. 현장에서 그런 증언이 나왔습니다.
한 여성이 다른 방 문을 두드리면서 자고 있던 투숙객들을 깨웠다는 내용인인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모텔 투숙객
- "(누군가) 문을 쿵쿵쿵 치는 소리가 났어요. 힘겨운 소리 내면서 뭐를 계속 치는 소리가. 여자 분 목소리 같은데 제가 듣기로는."
【 질문4 】
그럼 그 모텔에 대해 얘기해보죠.
이런 화재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스프링클러 논란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여기는 어땠나요?
【 기자 】
해당 모텔엔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의무 설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현행법상 지상 6층 이상의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요.
지하층을 포함해 4층 이상 건물은 1층 면적이 1,000㎡를 넘는 경우에 한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화재 모텔은 5층짜리인데다가 면적도 좁아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 질문5 】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피해가 훨씬 줄어들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럼 다른 소방 시설은 잘 돼 있었나요?
【 기자 】
그것도 충분하진 않았습니다.
해당 모텔은 1997년 5월에 영업을 시작한 오래된 건물이라 현행법의 안전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소화기, 자동화재감지기 등은 있었지만, 화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연기 확산이 문제였다보니 큰 쓸모는 없었고요.
대피 장치가 부족했던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였습니다.
【 질문5-1 】
구체적으로 설명 좀 해주세요.
【 기자 】
이 모텔에는 완강기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완강기는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해주는 기구입니다.
현행법에는 객실 1곳에 완강기 1대씩을 갖추게 하고 있지만, 이 건물은 23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한 층에 완강기가 1대 씩만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한 여성 투숙객은 4층에서 주차장 차양 위로 뛰어내렸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목격자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덕순 / 광주 두암동
- "한 아줌마가 검은 연기가 하도 나오니까 이리로 툭 떨어졌어. 근데 여기가 마침 이런 천막이 딱 쳐졌어. 그래가지고 거기로 떨어졌어."
【 질문6 】
얼마나 급했으면 그 높이에서 뛰어내렸을까요.
방화 용의자 김 모 씨 얘길 해보죠.
지금 상태가 좀 어떤가요?
【 기자 】
방화 용의자인 30대 남성 김 씨는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화상도 입은데다 연기도 마셔 폐 안에 물이 차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질문7 】
그렇군요.
처음부터 불을 지를 작정으로 모텔에 들어간 건지는 확인이 되나요?
【 기자 】
김 씨는 자정이 조금 지나 투숙했는데 3일치 숙박비를 한 번에 냈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서는 애초 불을 낼 작정을 하고 투숙하지는 않은 것으로도 보이지만, 자세한 것은 김 씨가 의식을 회복해야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 클로징 】
작년 11월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을 때도 스프링클러 논란이 컸었는데요.
아직도 기본적인 소방 시설조차 없는 시설이 곳곳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만 나오는 떠들썩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회부 이현재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조계홍 기자
영상편집: 김민지·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