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정보는 한국 정부가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재난 안내문자나 동료 교사들한테 듣고 있어요. 재난문자는 한국어로 돼 있어서 '파파고(언어 번역 프로그램)'로 번역해서 봅니다." (대전 A 학교 영어교사 샤넬 씨, 미국·28)
방역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외국어 안내가 부족해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방문 외국인이 1700만명에 이르고, 국내 거주 외국인이 160만명이 넘는 만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외국어 전염병 정보 제공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5일 국내 신종 코로나 정보를 제공하는 신규 홈페이지를 개설했지만 외국어 서비스는 갖추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 자체 홈페이지는 영문 페이지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아니라 일상적인 질본 업무 등만 소개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안전 경보를 모아 제공하는 행정안전부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 애플리케이션에는 "최근 14일 내 중국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바깥 활동을 삼가라"는 등의 공지사항이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종종 올라오는 구체적인 코로나 관련 정보도 묻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도 5만건도 되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기침 시 소매 활용' 등 신종 코로나 예방행동 수칙은 비교적 홍보가 잘 된 편이다. 이태원 등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는 이같은 예방수칙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으로 안내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3일 한국에 관광을 온 카즌스키(25) 씨는 "(질병관리본부의) 포스터대로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고, 기침할 때는 소매로 가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그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카즌스키 씨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 이미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라는 소식을 들어 여행 올 때 조금 주저했다"면서 "정보는 뉴스로 얻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한국으로 가족여행을 온 아즈함 씨(24·말레이시아)는 "TV 뉴스에 나오는 영어 자막 정도로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 샤넬 씨는 "(코로나 관련)한국 소식을 영어로 번역한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이트가 있다면 동료들한테 입으로 전해 듣는 정보보다 더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미국 교포 남기우 씨(30)는 "한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는 꽤 돼지만 언어 문제로 외국인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영어교사 르네 클로퍼 씨는 "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구글·네이버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 정보를 얻고 있다. 그 중 가짜 뉴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방송 뉴스, 신문도 같이 보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는 내국인뿐 아니라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최근 무슨
중수본 측은 신종 코로나 홈페이지에 외국어 서비스를 추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는 지난 6일 외국어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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