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거침없는 진격이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의 이대호(31)가 눈부신 전반기를 보냈다. 일본 야구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이대호는 1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전에서 초대형 홈런 한 방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전 경기 4번 출장으로 중심타자로서의 몫을 다하며 후반기 대분전을 기대하게 했다.
‘빅보이’ 이대호가 눈부신 전반기를 보냈다. 이대호가 치면 오릭스도 살아난다. 사진=MK스포츠 DB |
3할-30홈런-100타점 도전은 순항 중이다. 이대호는 전반기 타율 3할9리(6위) 16홈런(7위) 52타점(공동 8위) 장타율 5할1푼3리(6위), 출루율 3할8푼5리(5위)의 성적으로 마쳤다. 약점과 단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꾸준했다. 찬스에도 강했다. 득점권 타율은 4할을 훨씬 넘겨 줄곧 리그 1위를 지키다 전반기 막판에 2위(3할7푼6리)로 떨어졌다.
현재 페이스라면 지난해 타율 2할8푼6리(10위) 24홈런(공동 2위), 91타점(1위)의 성적은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른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대호보다 홈런이 많은 타자 중 타율이 더 높은 이는 2명.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1명이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는 8할9푼8리. 리그 5위의 성적으로, 구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정확도와 선구안 장타력의 삼박자가 두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방증으로 그만큼 안정감이 높다.
최근 시즌 초 맹활약을 펼치던 팀 동료 아롬 발디리스와 이토이 요시오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이대호를 향한 견제와 부담은 커졌다. 경기 긴박한 상황에서 주자를 두고 이대호를 고의사구에 가까운 볼넷으로 내보내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부담은 이대호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4번타자의 숙명이다.
올해 공인구 교체로 투고타저의 흐름이 완화된 시점. 팬들을 향한 이대호의 기대치도 커졌으나 ‘빅보이’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 전 경기 출장 위업 달성
지난해 전 경기(144경기) 출장 포함 226경기 연속 4번 타자 출장이다. 이대호는 올해도 1루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면서 오릭스의 4번 타자 자리를 든든히 지켰다. 팀이 치른 82경기 전 경기 4번타자로 출장했다. 내용도 알찼다. 심한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1번을 제외하고는 6회 이전에 교체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감독의 신뢰도 굳건하다. 이대호의 타순은 ‘언터쳐블’이다. 이대호 스스로도 “나는 4번타자다. 벤치를 지키면 뭐하나. 컨디션이 아무리 안좋아도 그라운드에 나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리그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에스테반 헤르먼(세이부)와 함께 유이(唯二)하게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몸에 배인 책임감의 동력. 특별한 부상 없는 내구성은 철저한 관리와 타고난 유연성과 신체능력이 결합된 결과다.
‘진격의 이대호’는 후반기도 계속된다. 사진=MK스포츠 DB |
오릭스는 전반기 38승 3무 41패 승률 4할8푼1리의 성적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최하위로 마쳤다. 하지만 5위 소프트뱅크 호스크와의 격차는 0.5경기 차에 불과하다. 3위까지 주어지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도 가능하다. 3위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차이는 4.5경기 차로 충분히 따라붙을만 하다.
센트럴리그의 3위 팀 주니치 드래건즈가 승률 4할4푼6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릭스는 전력이 평준화된 퍼시픽리그에서 불운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만큼 변수도 많다
이대호는 MK스포츠와의 현지 인터뷰를 포함한 다수의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성적보다 팀 성적과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을 이끄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이대호의 전반기는 묵묵하고 꾸준했다. 후반기 오릭스의 진격을 이끄는 선봉장도 이대호의 힘찬 발걸음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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