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캘리포니아 카슨) 김재호 특파원] “특별한 느낌이 없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소감을 묻자 그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2000년 한국프로축구 안양LG(現 FC서울)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 이후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14번째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을 맞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다. 오랜 항해 끝에 만선으로 항구에 돌아가는 배를 보는 듯했다.
미국 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영표가 LA갤럭시와의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LA를 찾았다. 21일(한국시간) 경기가 끝난 뒤 소속팀 숙소가 있는 토렌스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가 은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진(美 캘리포니아 카슨)= 한희재 특파원 |
“은퇴 준비는 3년 전부터...지금은 아무 생각 안 들어”
이영표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년 더 현역 생활을 연장한 뒤 밴쿠버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이번해가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변화도 있었다. 지난해 한 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 다 출전했다면, 이번 시즌은 중부, 동부 지역 장거리 원정은 출전하지 않고 있다. 체력 안배를 고려한 구단의 배려다.
은퇴를 앞두고 있었지만, 그는 침착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금 은퇴는 3년 전부터 생각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내려놨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은퇴를 생각했다. 그때는 감정이 특별했다. 파주NFC에 들어오면서도 ‘내가 태극마크를 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원래 이영표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단에서 행정 연수를 약속하며 1년을 더 뛰어줄 것으로 요구해 축구화 끈을 다시 맸다. “그때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구단 회장님이 그런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계획은 구단에서 행정일을 배우는 거다. 그러나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떠났던 자리 돌아오려면 이유가 있어야”
이영표는 박지성(QPR)과 함께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002월드컵부터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세 번의 월드컵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와 박지성이 떠난 이후 한국 축구 대표팀은 적잖은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 박지성을 다시 대표팀에 불러와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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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은퇴는 깊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충고했다. 사진(美 캘리포니아 카슨)= 한희재 특파원 |
그럼에도 돌아오는 선수들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돌아오려면 은퇴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그것은 자기 발로 떠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대표팀을 스스로 은퇴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런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인데, 나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이유 때문에 떠났고, 어떤 이유 때문에 돌아왔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홍명보호, 점점 강한 팀 될 것이다”
은퇴한 선수에 대한 복귀 논란이 이는 것은, 그만큼 현 대표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영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홍명보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점점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수비 조직력’에서 찾았다. 그가 말하는 수비 조직력이란, 상대가 공을 잡고 있을 때 11명의 선수 전원이 유기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영표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대해 점점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재현 기자 |
그는 “홍명보 감독은 그 사실을 잘 아는 지도자다. 이미 런던 올림픽 때 이를 보여줬다. 어떤 팀이 될지 명확하기 때문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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