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야구 여신 3인방이 한가위를 앞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스포츠 전문 여자 아나운서 1세대인 맏언니 김민아 아나운서(30 MBC 스포츠플러스), 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 최희 아나운서(27 KBS N),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배지현 아나운서(26 SBS ESPN)가 거침없는 입담으로 한 바탕 수다의 장을 만들었다.
꿈많은 여대생에서 멋 모르고 뛰어든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 거친 선수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러워 밤잠을 설치면서 맞은 직업이었다. 쑥스러움을 감추며 드나들던 그라운드가 이제 내 집처럼 편안해진 거 보면 세상 사 참 모를 일이다.
그녀들이 야구장에서 겪었던 지난 시간들. 가끔은 서럽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기에 행복하다는 김민아 최희 배지현 아나운서(이하 직함 생략). 지금은 추억이 됐기에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야구가 인생의 일부분이 됐다는 미녀 3인방. 지난 과거는 추억으로 묻고 현재와 미래를 개척해 나아가는 당당한 그녀들만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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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여신 3인방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왼쪽부터 최희 김민아 배지현.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김민아 : 야구팬들이 나를 야구 전문 여자 아나운서 1호라고 말하니 마치 마복림 할머니가 된 것 같아. 마복림 할머니 알지?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이신 분ㅋㅋ
최희 : 선배! 선배가 처음 야구장을 찾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때라고 들었어요.
김민아 : 2008년에 야구 여자 아나운서의 움직임이 있었어. 그때 마침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프로야구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였어. 그리고 내가 그 곳에 탑승했지. 당시 故(송)지선언니와 (김)석류가 그라운드로 나왔고 우리 회사에서는 안진희 선배와 내가 현장 리포팅을 했어. 그런데 야구장 내에서 우리가 대기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어.
배지현 : 그럼 어디 계셨어요? 현장은 정말 급박한 상황의 연속인데…
김민아 : 처음 갔던 사직구장이 생각나. 그땐 더그아웃이 금녀의 공간이라 마음대로 출입할 수가 없었어. 내 몸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 안 보이게 하려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던 적도 있어. 더그아웃과 가까운 사진기자실이나 방송영상실, 응급 처치실, 백네트 뒤 볼보이가 있는 곳 등 안 가본 곳이 없었어. 그런데 어디를 가든 “누구냐, 당장 나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었어. 지금 생각하면 무섭기도 했지만 서러웠던 마음이 컸어. 하지만 내가 택한 길이었기에 극복해야한다고 다짐했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김민아를 보며 최희와 배지현은 선배들이 먼저 닦아준 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몰려온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김민아가 호탕하게 웃으며 즐거웠던 때를 떠올렸다.
김민아 : 당시 야구팬들은 지선언니가 예쁘다. 아니다, 김석류가 예쁘다. 그래도 김민아 키가 제일 크다라는 논란이 일었어. 우리의 등장은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거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으면 170cm가 넘는 줄 알아. 사실은 168cm 정도인데. 그땐 배지현의 등장 전이었으니깐. (웃음) 나 혼자 있으면 기본 질문이 “키가 몇 이에요? 170cm 넘죠?”였어. 머리가 커보여서 그런가?
배지현 : 비율이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김민아 : 비율인지도 모르겠는데, 당시 지선언니랑 석류는 아담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커보였던 거야. 양준혁 해설위원은 현장에서 나를 보면 “키 큰 여자 왔다”라고 말했어. 그런데 배지현의 등장으로 모든 게 끝났지. (웃음) 2010년에 모든 방송사가 채널을 공유했어. 석류는 KBS N에 남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지선언니는 우리 회사로 이적하면서 나와 함께 우리 방송을 책임졌어. 야구가 끝나자마자 생방송으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에 첫 시도를 했어. 처음에는 ‘그게 가능해’라는 의문을 가졌었지만, ‘왜 못해? 해보자’란 마음으로 도전했어. 이전에는 9회가 끝나고 정리해서 내려가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8회에 내려가는 상황으로 바꼈어.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땐 야구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야말로 전쟁이었어. ‘그게 가능해?’라고 의문을 가졌던 시대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은 옛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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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전문 여자 아나운서 1호 김민아.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배지현 : 대학교 졸업반일 때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어요. 친오빠도 야구팬이고 주변에 스포츠팬인 선배들이 많았어요. 내가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니깐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나운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추천해줬어요. 당시 여성으로서 뚜렷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었어요.
김민아 : 야구만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매력 있는 직업이지. 신선했던 시기였어. (배)지현이 처음 입사했을 때 생각난다. 나도 당시에는 '모델 같다'란 소리를 들었었는데 진짜 모델이 등장하니깐 끝나버린 거지. (웃음) 2011년에 배지현의 등장과 함께 극명한 삼파전이 시작된 거야. SBS ESPN이 강한 카드를 꺼냈으니깐. 지현이의 입사 소식에 ‘뭐라고 87년생? 그렇게 어리고 키 크고 날씬한 아나운서가 나온다고?’하면서 지현이의 첫 방송을 다 같이 봤어.
최희 : 우리도 봤어요. ‘아이러브 베이스볼’ 두 번째 시즌 때 지현이가 첫 방송을 했어요. 지현이의 예고편을 보고 회사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SBS ESPN에는 슈퍼모델이 나온다. 너 이제 어떡하냐’라며 놀렸어요. 그때 빵을 먹고 있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던 기억이 나요. (최희는 빵을 좋아해서 별명이 ‘빵순이’다.)
배지현 : 처음 입사했을 때 흐름 속에서 타이밍 싸움하는 것은 처음부터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들었어요. 첫 방송에서 실수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김민아 : 모든 사람들이 개척자 느낌이었을 거야. 다들 같이 실수했어.
배지현 : 선배가 저 놀렸잖아요. 눈을 LTE 속도로 깜빡인다고. 눈을 많이 깜빡 거린다는 말을 들은 뒤로 신경 쓰고 있어요. 자잘한 실수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민아 : 그런데 정말 지현이는 진행할 때 눈을 많이 깜빡이더라. 나는 그걸 꼭 말해야하는 성격이거든. 지현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 나빴을 수도 있었을텐데 잘 받아줘서 고마웠어.
최희 : 미우면 말 안 해주지~
배지현 : 선배가 이야기해줬을 때 앞에서는 웃었는데 뒤돌아서서 창피했어요.
김민아 : 나름 강한 펀치였는데 지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요?'라고 해서 강한 아이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너 마지막에 S자 그리는 것도 맨날 틀려. 엇박자야'라고 놀렸는데 또 자기는 아니래. (웃음) 그런데 그 다음부터 엄청 잘 그리고 진행도 잘 하더라.
배지현 : 저에게 그렇게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선배 덕분에 많은 걸 알았어요. 기분 나쁘기 보다 감사했어요.
김민아 : 난 장난기가 많아서 실수하는게 보이면 '저거 놀려줘야지'라고 생각하는 짖궂은 면이 있어. 지현이는 보면 볼수록 운동선수 기질이 있어. 첫 방송 예고편에서는 차갑고 도도한 느낌으로 어필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무뚝뚝하고 털털해서 놀랐었어. 나는 예전에 운동을 해서인지 선수 이미지가 조금 남아있거든. (최희를 쳐다보며) 우리 최희는 운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웃음)
최희 : 저 요즘 운동 조금 해요.
배지현 : 요가! 요가!
최희 : 아니, 필라테스!
김민아 : 자기가 등록해서 하는 취미! 지현이는 물어보니깐 달리기 좀 했다하고?
배지현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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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의 최희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배지현 : 입사한지 1년 차일 때 우리 집에 유일하게 나오는 채널이 MBC 스포츠플러스여서 (김)민아 선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봤어요. 그때 선배의 카리스마와 도도한 매력을 느꼈어요. 키도 클 것 같고 체격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도 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작은 얼굴에 청순하면서도 가녀린 반전 이미지에 놀랐었어요. 최희 선배는 화면과 마찬가지로 귀여웠어요. 스포츠 캐스터 연합회에서 만났을 때 예쁜 원피스를 입은 여성스런 모습 그대로였어요.
김민아 : 최희는 스포츠 전문 여자 아나운서 중 첫 학교(연세대학교) 후배야. 처음 만났을 때 “선배님~ 따로 봐요”라고 말하는데 약간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고맙고 반가웠어. 그때 최희한테 “너처럼 예쁜 애가 어떻게 이런 험한 데를 들어왔니”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 (배)지현이는 슈퍼모델 출신이란 걸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났어. 스포츠 캐스터 연합회에서 처음 봤는데 그날 지현이가 단화를 신고 생얼(화장을 안한 얼굴)로 왔는데 정말 예뻤어. 지현이는 평소에도 옷을 잘 입어. 그런데 난 그날 과했지. 힐을 신고 풀 메이크업을 하고 갔었어. 사람 만날 때 메이크업을 안 하면 죽는 줄 알았거든. 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 어떻게 저런 포스를 느낄까하며 부러웠지. 워낙 SBS ESPN에서 민다니깐 얄밉기도 했어. 외향적인 모습이 예뻐서 ‘이제 예쁜 애들이 다 해 먹는다’라는 열등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야.
배지현 : 당시 우리 방송국에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타사에서는 이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포맷이 생겼던 거예요. 저는 운이 좋게 프로그램을 맡게 됐어요. 절박한 마음에서 제가 된 것이지, 회사에서 저를 밀어준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최희 : 민아 선배는 (김)석류선배를 보는 마음과 같아요. 석류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대단해보였어요. 인기도 많고 선구자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한 1세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항상 민아 선배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나는 작은 일에도 푹푹 쓰러지고 힘든 일이 있으면 울었거든요. 나보다 훨씬 힘든 환경이었을 텐데 몇 년 째 어떻게 했을까. 감히 말 한 번 붙이기 어려운 대선배님이었어요. 지금은 편한 언니예요. 실제로 지현이는 수수하고 털털한데 첫 마케팅 이미지가 차갑고 도도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만나보니 착하고 순한 성격이라 보기와는 완전 다르다는 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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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의 배지현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배지현 : 세 명 다 반전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셋이 인터뷰했을 때가 기억나요. 최희 선배의 이미지 그대로 여성스러운 모습을 봤는데 정말 솔직한 입담에 놀랐었어요.
김민아 : 서로 경쟁자이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이 돌 줄 알았어. 그런데 만나자마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스럼없이 털어 놓을 수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어.
배지현 : 최희 선배가 먼저 솔직하게 다가와줘서 편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어리바리까진 아닌데 귀여운 매력에 웃을 수 있었어요. 민아 선배는 상상했던 것과 달리 이미지가 전혀 강하지 않고 청순했어요. 워낙 말을 잘 하니깐 부럽기도 했고 질투도 났어요. 얼마나 내공이 쌓이면 인생에 대한 선배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김민아 :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 난 특히 각 방송사마다 자막을 뽑는 것을 많이 봐.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거지. 서로의 프로그램에는 색깔이 있잖아. '아이러브 베이스볼'은 정통적이면서도 차분한 '아침마당' 같고, '베
최희 :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 야구팬들에게 재미를 더 주는 것 같아요. 우리도 서로를 보면서 더 발전해가는 것 같아 뿌듯해요.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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