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FC 서울의 아시아 제패가 좌절된 날, 한국축구에 비보만 있던 건 아니었다. K리그를 대표한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우승트로피를 내줬지만, 홍명보호의 주전 수비수 김영권은 아시아 No.1 수비수로 올라섰다.
2년 전 이정수(알 사드)처럼 K리그에 비수를 꽂았는데, 그만큼 그의 실력은 빼어났다. ‘괄목상대’라는 표현처럼 김영권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성공을 꿈꾸며 2010년 1월 FC 도쿄에 입단했다. 오미야 아르디자, 광저우를 거친 그의 행보는 수비수라는 특성도 더해 그리 눈길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실은 탄탄했다. 그의 걸음은 조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아시아 정상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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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1년 전 광저우행을 택한 그의 결정은 현명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김영권의 활약상이 퇴색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김영권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후반 16분 한 차례 놓쳤을 뿐, 김영권은 서울이 자랑하는 공격수 데얀을 꽁꽁 묶었다. 데얀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움직임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서울이 1-1 동점을 만든 뒤 역전골을 넣기 위해 공세를 펼쳤을 때 김영권은 침착하게 이를 막아냈다. 서울이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세밀함이 부족했지만, 광저우가 김영권을 축으로 철옹성 같은 수비를 펼친 이유도 컸다. 김영권은 침착했고, 서울의 공격을 하나하나 차단했다. 2년 전 수원 삼성, 전북 현대를 울렸던, 그래서 더욱 얄미웠던 이정수의 철벽 수비를 연상케 했다.
광저우가 AFC 챔피언스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리피 감독의 지도력과 콘카, 무리퀴, 엘케손의 삼각편대가 집중 조명됐다. 그러나 김영권이 버티는 수비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광저우의 아시아 제패는 불가능했다.
이번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 김영권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4살의 젊은 나이에 아시아 최고 수비수로 꼽아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잘 했나라고 여길 정도였다. 국가대표 안에선 아무래도 조명이 분산되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보다 그에게 집중됐는데 그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광저우 이적 후 김영권은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해 일본 무대를 떠나 중국으로 향했던 그의 결정은 옳았다. 2년도 채 안 돼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평정했다. 그를 바라보는 눈은 급진적으로 많아졌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리피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키울 기회도 잡았다. 김
한국을 떠난 지 4년째, 참으로 조용했지만 그의 진화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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