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홍명보호가 귀한 경험을 했다. 취임 후 ‘압박’과 ‘공간’을 강조했던 홍명보 감독인데, 레벨이 하나 위인 스위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전반은 고전했지만, 후반은 달랐다. 스피드로 상대의 압박을 무너뜨리면서 오히려 타이트한 압박으로 목을 조았다. 홍명보호의 한국축구가 통한다는 걸 느낀 한판이었다.
스위스는 강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할 만했다. 스위스는 7승 3무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아이슬란드, 알바니아, 키프러스가 속한 E조를 무패로 통과했다. 어느 하나 깐깐하지 않았지만 스위스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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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전에서 ‘탈압박’을 확실히 터득했다. 그리고 압박 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듸 됐다.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스위스전을 통해 스위스는 저력을 발휘했다.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과 함께 공간을 내주지 않는 그들의 플레이는 대단했다. 빈틈이 없었다. 좌우 측면을 흔들어 봤지만, 전반 내내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13분 오프사이드가 된 김신욱의 세트피스 헤딩 슈팅만이 위력적이었을 뿐이었다.
전반만 해도 한국보다 압박의 강도는 한 수 위였다. 완벽에 가까운 압박 플레이였다. 좋은 교과서로 제대로 배운 홍명보호였다.
하지만 그 배움을 곧바로 해법을 찾아 실전에 완벽히 썼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을 빼고 이근호를 교체 투입했는데, 효과적이었다. 공격 속도가 빨라진 한국은 상대를 몰아붙였다. 후반 들어 무결점에 가까웠던 스위스의 압박에 균열이 생겼다. 공간이 보이지 않던 스위스 수비였지만, 빈틈이 많았다. 빠른 볼 터치와 패스로 스위스의 압박을 이겨냈다. 자연스레 경기를 주도한 건 홈팀이었다. 원정팀은 쩔쩔 맸다.
홍명보호의 압박도 ‘레벨업’했다. 스위스의 역습에 적잖이 당했는데, 후반 들어서 효율적이면서 거센 압박으로 스위스를 궁지로 몰았다. 전반과 180도 달랐다. 빈틈이 보이지 않은 건 한국 진영이었다. 스위스는 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했다. 후반
한 수 배웠고, 이를 곧바로 써먹었다. 압박은 더욱 강해졌고 공간을 창출해 나가는 과정은 더욱 파괴력이 넘쳤다. 스위스전은 좋은 배움의 장이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마지막 A매치에서 엄청난 경험치를 쌓은 홍명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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