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휴~’ 강등 탈출의 분수령이었던 27일 대구 FC전을 마친 강원 FC의 반응이다. 그들은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라고 외쳤지만, 냉정히 말해 질 수도 있었던 경기다.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그치면서 11위 도약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렇지만 12위를 사수하면서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
강원은 이날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7시에서 5시간을 앞당겼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열리는 경기였다. 그렇다고 조명탑이 없는 포항종합운동장과 같이 시설이 미미한 것도 아니었다. 강릉종합경기장의 조명탑은 고장나지 않았다.
강원도 지역의 기온 급강하가 주된 이유였다. 경기 전날에는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내려, 온통 새하얗게 뒤덮였다. 경기 후반 막바지에도 눈발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관중 편의를 고려와 함께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해, 경기 시간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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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27일 강등 싸움의 승부처였던 대구전에 승부수를 띄웠다. 관중몰이 및 경쟁팀과의 신경전을 포기하고 낮 경기로 시간을 바꿨다. 자칫 최악의 경우에 직면할 뻔 했으나, 매서운 뒷심으로 피했다. 사진=강원 FC 제공 |
그렇지만 모험이었다. 위험천만한 결정이었다. 관중 1명이라도 더 찾아와 응원의 힘을 불어넣어줘야 하는데, 평일 낮에 축구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을 리 없었다.
우려대로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은 1000명도 안 됐다. 896명으로 올해 K리그 클래식 1경기 최소 관중 749명(9월 11일 성남 일화-전남 드래곤즈전)보다 불과 147명 많았다.
강원의 신경을 건드렸던 경남 FC-대전 시티즌전은 예정대로 오후 7시에 치러졌다. 강원이 대구를 잡을 경우, 대전은 자연스레 경남전 결과에 관계없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다. 동기부여를 잃은 대전이고, 경남이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 경남이 이기면, 강원이 목표한 11위는 사실상 끝이 났다. 강원은 불리한 여건을 스스로 만들었다.
게다가 낮 경기를 반긴 건 오히려 대구였다. 경기를 마치고 바로 대구로 이동해 주말 경기를 대비할 수 있었기에, 나쁠 게 없었다. 백종철 대구 감독은 “오히려 우리에겐 좋다”라며 반가워했다.
대구의 그 자신감은 경기에서 드러났다. 후반 초반까지 뜻대로 경기를 풀어간 건 강원이 아닌 대구였다. 전반 32분과 후반 4분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대구의 2-0 리드였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2위(강원)와 13위(대구)가 자리를 맞바꾸면서 강원은 자동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강원으로선 괜한 경기 시간 조정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됐다. 흥행몰이 어려움과 함께 승점 사냥도 놓치면, 강원의 낮 경기 프로젝트는 ‘대실패’였다.
그렇지만 ‘악수’는 피했다. 이름 없던 영웅, 최승인이 특급 조커로 맹활약하며 2골을 터뜨려 위기의 강원을 살렸다. 극적으로 2-2로 비긴 강원은 12위를 지켰다.
그래도 대전이 경남을 이긴다면, 내심 11위로 노려볼 수 있었다. 강원의 바람은 81분까지 이뤄졌지만 나머지 9분은 아니었다. 경남은 후반 37분 터진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강원과 승점 3점차지만,
승점 3점과 함께 최소 12위를 확정하려 했던 강원은 프로젝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자동 강등 탈출 확정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는 벌어지지 않았다. 죽다 살아났던,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던 강원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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