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추신수가 텍사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지난 2월, 현지 언론의 관심사 중 하나는 ‘추신수가 박찬호의 아픈 과거를 피할 수 있겠는가’였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가는 현재, 이번 시즌에 대한 답이 나왔다. ‘닮은 듯 닮지 않았다’가 그 답이다.
추신수의 2014시즌이 끝났다. ‘댈러스 모닝 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추신수가 왼쪽 팔꿈치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30일쯤 수술을 받고 나면 회복 기간은 2개월 정도로 예상된다. 시즌 아웃이다. 텍사스 이적 첫 해를 123경기에 출전, 타율 0.242 출루율 0.340 장타율 0.374 13홈런 40타점의 실망스런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85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1년 이후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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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는 아픔을 참고 2014시즌을 치렀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얼핏 보면 닮은 모습이다. 스프링캠프 당시 한국 취재진을 만난 한 텍사스 기자는 당시 박찬호가 부진했던 원인으로 계약에 대한 부담감, 부상, 그리고 투수코치와의 불화 세 가지를 꼽았다.
허리 부상을 참고 뛴 것이 문제였고, 계약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여기에 오스카 아코스타 투수코치와의 궁합도 맞지 않았다. 그는 “박찬호는 당시 부상을 안고 있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언론과 팬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에 대한 부담은 둘째로 치더라도, 적어도 부상이 있었던 것은 박찬호와 닮았다. 추신수는 스프링캠프 기간 팔에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이것이 폭탄이 되고 말았다. 시즌 도중 입은 발목 부상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부상이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스윙이 나올 리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시즌을 끌고 온 것 자체가 더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추신수는 부상을 숨긴 것이 아니라, 부상에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시즌 텍사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전들이 연쇄 부상을 당하면서 팀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팀은 5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고, 추신수도 경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는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 그런 몸 상태로 뛰는 선수는 우리 팀에 아무도 없다”며 희생정신을 보여줬다.
코칭스태프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발목 부상 당시 부상자 명단 등재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정황은 있지만, 그것은 일부였다. 추신수는 경기 도중에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타격 코치와 더그아웃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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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는 시즌 도중 타격이 풀리지 않을 때면 타격 코치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사진= 조미예 특파원 |
추신수는 정신력이 탁월한 선수다. 지난 2011년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이를 털고 일어났다. 정신과 상담까지 받을 정도로 ‘사구 악몽’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그런 그에게 지금의 시련은, 어쩌면 작은 고민에 불과할 수도 있다. 2015년에 부상을 털고 일어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대로 초라하게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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