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강윤지 기자] 대한민국 세팍타크로 남자 대표팀은 지난 21일 ‘천운’을 맞았다. 준결승 상대였던 라오스가 경기장에 지각하면서 경기를 치르지 않고 손쉽게 결승전에 안착한 것. 또 미얀마와의 ‘리턴매치’가 성사되면서 4년 전 광저우의 한을 풀 기회가 주어졌다.
예선전 3전 전승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한 실력에 더해 운까지 따르며 세팍타크로 대표팀(김영만(28·청주시청),정원덕(26·고양시청),임안수(26·고양시청))은 지난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2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서 세트스코어 0-2(19-21, 18-21)로 아쉽게 졌다. 첫 번째 세트 19-20 한 점 차 접전에서 서브 미스로 아쉽게 첫 세트를 내준 대표팀은 두 번째 세트서 초반 5점을 내리 내줬지만 마지막까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 세팍타크로 대표팀의 정원덕이 22일 더블 경기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부천)=강윤지 기자 |
그 첫 번째 아쉬움.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더블 종목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서도 미얀마에 석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정원덕은 “광저우에 이어 이번에도 은메달에 그쳤다. 그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이번에는 훈련도 많이 하고 더블 경기에 집중하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포인트 앞서나갈 때 리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1,2점 싸움인데 중요한 포인트에서 앞서나가지 못해 매우 아쉽다”고 했다.
그보다 더 큰 두 번째 아쉬움은 ‘비인기 종목’에 언제나 따라다니는 여건 문제였다.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시설이나 의상, 체육관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정원덕은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한국 훈련 중에는 옮겨 다니느라 애를 먹었다. 화천에서 5일 훈련한 뒤 이동해 아시안게임 전까지 부천에서 훈련했다. 훈련 시 왔다갔다하면서 피로가 쌓여 집중이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얇은 선수층 또한 선수들의 실력 발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승을 거머쥔 미얀마의 경우 국가대표를 선정하는 폭이 매우 넓다. 세팍타크로가 ‘국민스포츠’로 통하는 미얀마는 120여개의 클럽 소속 선수들이 경쟁한다. 정원덕은 “미얀마는 선수층이 두꺼워 경기도 많이 하니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대표팀 레벨에 맞는 선수들이 적어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선수층은 더욱 얇아지는 상황. 정원덕은 “대학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교 선수들의 진학 문제를 위해서도 대학팀이 늘어났으
그러나 은메달이 마냥 아쉽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최선을 다한 결과,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원덕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서 크게 기쁘다”며 “이것이 좋은 계기가 되어 저변이 확대된다면 금메달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며 희망적 견해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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