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2014한국프로야구의 가을은 ‘신사의 계절’이 됐다.
삼성 넥센 NC에 이어 LG가 페넌트레이스 최종일 마지막 한 장의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쥐면서 류중일 감독(51) 염경엽 감독(46) 김경문 감독(56) 그리고 양상문 감독(53)이 올해의 포스트시즌 더그아웃에 캐스팅됐다.
똑 떨어지도록 댄디한 라인업이다. 유난히 구설수와 원망을 듣는 벤치가 많아 시즌 내내 소란했던 올해, 이들 네 명의 감독은 대체로 깔끔한 야구로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주인공들이다. 성적이 좋아서 이미지 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크게 거스름이 없는 팀 운영으로 잡음 없는 선수단 분위기를 유지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음도 사실이다.
↑ 세련된 ‘디테일야구’로 인기가 높은 4명의 감독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이번 포스트시즌의 벤치 싸움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깨끗한 정석 승부를 선호하면서 ‘디테일’에 강한 사령탑들이라는 것도 공통점. 포스트시즌 벤치 싸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삼성을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은 올해 은근히 뚝심있는 야구가 돋보였다.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고비와 변수가 있었던 시즌이지만, 주변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전략과 믿음을 지켰다. 털털해 보이면서도 속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계산하는 타입이라는 시각이 많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류감독은 지난 세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8경기 12승6패(승패 0.667)를 기록했다. 지난 3년의 정규리그 승률(0.606)을 넘어서는 한국시리즈 성적을 자랑한다. SK와 두 번, 두산과 한 번, KS를 해봤던 류감독은 이번에는 무조건 새 얼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적수를 만난다.
‘염갈량’이라는 별명의 넥센 염경엽 감독은 사령탑 2년차에 벌써 치밀함과 대범함을 겸비했다는 평가가 놀랍다. 한시즌을 설계하는 거시적 구상과, 한경기를 준비하는 디테일, 양쪽 모두를 놓치지 않는 철두철미한 ‘능력남’이다. 밤을 새는 복기와 매경기후 탈진이 유명하다. 누구보다 노력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두산과 NC를 거치면서 ‘육성’과 ‘운영’ 양쪽에서 검증된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덕장과 지장의 최적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는 감독이다.
팀은 NC가 단연 ‘가을초보’지만, 벤치는 가장 베테랑이다. 김 감독은 4명 감독 중 가장 많은 PS 경험을 갖고 있다. 두산에서 치른 6차례의 포스트시즌 중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직행 경험이 없는 김 감독은 준PO 3차례, PO 6차례, 한국시리즈 3차례까지 무려 52경기를 치러봤다. 우세 예상의 PO도, 열세 예상의 KS도 골고루 해봤다. 가을의 디테일이 더욱 기대되는 벤치다.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잠실구장 LG 감독실에 걸려있는 액자는 시즌중 꼴찌 팀을 맡았을 때 LG 양상문 감독의 진심이다. 4강도, 순위도 목표가 아니었지만, 그는 5월11일 9위에서 출발, 한달만에 8위를 따라잡았고, 6할승률 ‘7월의 기적’을 발판으로 결국 팀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다섯달의 레이스 동안 양 감독이
페넌트레이스는 끝났다.
이들 4명의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경기’라는 시각도 비슷하다. 팬들을 위한 호쾌하고 멋진 가을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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