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악의 졸전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마저 실망했다. 지금까진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이 아니다. 이 가운데 개최국 호주와 A조 1위 자리를 놓고 오는 17일 맞붙는다. 호주는 한국과 같은 2승을 했지만 8골을 몰아치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8강 토너먼트를 대비해 한숨을 돌릴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자존심이 걸려있다. 호주도 다르지 않다. “비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한국전 필승을 외쳤다. 더욱이 호주전 승리는 현재 슈틸리케호의 좋지 않은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더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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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빨간색 유니폼)은 호주(노란색 유니폼) 원정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란 원정 못지않게 높디 높은 벽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만리장성’ 중국도 피할 수 있다. A조 1위는 한국과 호주로 좁혀졌지만 B조 1위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알랑 페렝 감독의 지도력과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좋은 팀’으로 발전한 중국이 가장 먼저 ‘조 수위’를 확정했다. 한국은 호주를 이기지 못할 경우, 8강에서 중국과 만난다.
자신감은 있다. 한국은 중국과 역대 전적에서 16승 12무 1패로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2승 1무로 앞섰다. 그러나 어느 한 경기도 쉽지 않았다. 1골차 접전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중국의 거친 소림축구에 주축 선수의 부상 위험도 크다. 이미 이청용(볼턴)을 잃은 슈틸리케호다.
또한, 한국은 조 1위와 거리가 멀었다. 1992년 대회 예선 탈락 이후 1996년 대회부터 6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에 올랐으나 조 1위를 차지한 건 2004년 대회 뿐이었다. 조 2,3위로 8강에 오르면서 불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A조 1위가 되면 B조 2위와 8강에서 맞붙는다.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우즈베키스탄이다. 두 팀은 조별리그 경기를 통해 수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전적에서도 한국이 패한 적이 없다.
A조 1위가 되는 방법은 딱 하나다. 호주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승부도 안 된다. 한국은 호주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5골이나 뒤진다(호주 +7, 한국 +2). 때문에 호주전 필승을 바라는 마음은 크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A조 1위가 되면 자연스레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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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빨간색 유니폼)은 호주(노란색 유니폼) 원정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란 원정 못지않게 높디 높은 벽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1973년 10월, 1974 서독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최종예선 일정으로 첫 방문해 0-0으로 비겼다. 그게 유일하게 패하지 않은 경기였다. 이후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최종예선(1-2)을 비롯해 1997년 호주 4개국대회(1-2), 1998년 평가전(0-1)에서 모두 패했다. ‘역대 한국축구 최고의 별’ 차범근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이루지 못한 호주 원정 승리였다. 그렇게 지금껏 한국에게 호주 원정은 ‘난공불락’이었다.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브리즈번에서 열릴 예정인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한다면, 역사적인 호주 원정 첫 승이 된다. 1973년 호주 땅에 첫 발을 내딛은 지 무려 42년 만에 이루는 쾌거다. A조 1위가 되
※역대 호주 원정 A매치 성적
1973년 10월 28일 |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 0-0
1977년 10월 23일 |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 1-2 득점) 차범근
1997년 1월 22일 | 호주 4개국 친선대회 | 1-2 득점) 하석주
1998년 2월 11일 | 평가전 | 0-1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