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괌) 김원익 기자] 국민타자. 라이언킹. 아시아 홈런왕, 8회의 사나이. 이쯤이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39)이다. 이승엽은 올해로 21번째 시즌을 맞는다.
‘불혹’의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야구는 동등한 조건에서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이다. 그리고 여전히 꺼지지 않고 뜨겁게 꿈틀거리고 있는 야구 열정이다. 삼성의 1차 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괌 현지에서 만난 이승엽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살아남아서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꾸준히 채찍질 했기에 늘 최고의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야구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행복한 남자’ 이승엽을 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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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 지난해보다는 조금 편안한 캠프겠다.
아니다. 편안하지 않다. 지난해 잘했다고 편해지는 건 없다. 마음은 더 긴장된다.
▲ 삼성의 캠프 강도가 센 편이다.
맞다. 삼성 훈련이 좀 세다(웃음). 4연패한 선수들이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 안다.
▲ 운동량이 많지만 체계적이고 즐거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이 삼성 캠프의 특징인데 솔선수범하는 고참들의 역할이 큰 것 같다.
그래서 베테랑이다. 고참선수들이 그만큼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선배들부터 치열하게 노력하고 후배들은 그 자리를 뺏기 위해서 또 정말 많은 땀을 흘린다. 후배들도 진짜 열심히 운동을 한다. 이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아마 좋은 징조가 아닐까 싶다. 겨울 동안 본격적으로 이렇게 운동하는 기간은 길어봐야 한 달 반이다. 괌 캠프와 오키나와 캠프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겨울 성패가 달려 있다. 당연히 열심히 해야한다.
▲ 일본에 있을 때부터 다녔던 헬스클럽에서 따로 많은 땀을 흘린 걸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이니 편하다. 사실 집 근처에 헬스클럽을 다녔는데 혼자서 운동을 하니 지루하고 심심하더라. 그래서 삼성 선수들과 함께 올해도 ‘세진헬스’에 다니면서 전문적인 트레이너이신 오창훈 관장님의 도움을 받았다. 나이가 있다 보니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올 겨울에는 힘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예년보다는 무게도 많이 들었다. 야구를 할 때 쓰는 근육을 키웠다. 회전근이나 코어근육 등을 단련하는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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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연륜. 글자 그대로다. 젊은 선수들에 맞춰서 100%를 쏟아내면 내가 먼저 지칠 수밖에 없다. 끝까지 캠프를 소화하면서 퍼지지 않는 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를 쏟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운동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조금 생긴 것 같다.
▲ 이번 겨울과 봄 캠프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겨울은 잘 보낸 것 같다. 현재 몸 상태에 만족한다. 캠프를 부상 없이 무사히 마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다 펼치고, 가장 좋은 상태로 시범경기과 2015시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것이 이번 캠프의 가장 큰 목표다.
▲ 지난해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본인에게는 어떤 해였나
행복했다. 56홈런도 쳐보고 우승도 여러 번 해봤지만 지난해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난해는 겉으로 드러난 성적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던 시즌이어서 마냥 기뻤다(웃음). 가족들과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떳떳했고 열심히 노력한 댓가를 받게 된 것 같아서 가슴 속에 찡한 것도 있었다.
엄청나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정도의 나이를 생각하면 의미있는 활약을 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임팩트 있는 순간들이 꽤 있었던 같다. 팀에 기여한 것 같아서 기뻤다. 작년에 ‘그 맛’을 알았기 때문에 올해도 잘해서 그런 기쁨을 다시 누리고 싶다(웃음).
▲ 삼성의 통합 5연패는 가능할까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10개 구단 모두에게 우승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이 4연패를 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거나 나태해질 팀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4연패를 하지 못했다. 우승을 하면 다음 우승이 또 간절해지고 그 우승을 향해 다시 달린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확신을 다 해 자신의 야구를 한다면 다시 우승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 삼성의 위기론에 대한 의견은?
당연히 위기다. 많은 선수들이 빠졌다. 베테랑들이 많아 변수가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재능있고 뛰어난 젊은 선수들도 많다.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세대별 분포의 밸런스가 있는 것이 또한 삼성의 강점이다. 야구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라는 것은 억지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베테랑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젊은 선수들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삼성은 늘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팀이다. 그런 선의의 경쟁이 위기론을 불식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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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K스포츠 DB |
맞다. 2013년 부진했다. 그래서 수모 아닌 수모도 겪으면서 ‘이제 야구를 그만해되나’ 하는 고민들도 했다. 하지만 내 야구인생에서 스스로 선택해서 ‘그만두고 싶을 때’ 물러나야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외부에서 그런 말들이 들리는 것이 사실은 짜증났다. 나이 이야기가 듣기 싫었다. 하지만 그만큼 젊은 선수들하고 싸워서 지면 안된다는 투지랄까. 예전에는 그냥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더 생긴 것 같고 더 나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 이제는 나이에 대한 의심보다 오히려 불혹이란 나이에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올 시즌 자신감은 있나.
아니 없다. 자신감은 지나치면 자만심이 되고 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잘했다고 올해도 잘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내가 준비를 열심히 해서 시즌을 맞을 뿐이다.
▲ 올해 연봉이 더욱 올랐다. 동시에 많은 삼성의 선수들이 바라보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나이가 있고, 팀내 최고연봉을 받는 부분들에 대해서 분명 부담감도 있지만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활약해서 그 아마추어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프로야구의 넓은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나이로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야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베테랑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많지 않나. 한국야구도 베테랑들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나이에 대한 편견 없이 그 선수를 똑같은 동등한 경쟁의 선에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그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거나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행복해 보인다.
맞다. 21번째 캠프인데 지금이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다(웃음).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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