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패전처리 투수도 좋다. 추격조도 상관없다. 보직은 구분은 무의미했다. 그저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일념뿐이다. 악몽같았던 부상에서 복귀한 우완투수 노경은의 현재 마음은 던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경은이 돌아왔다. 노경은은 23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찰청과의 경기에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네 타자를 상대하면서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부상 복귀 이후 첫 실전을 치렀다. 이어 26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등판 시키를 현재 조율 중이다.
↑ 노경은이 지난 겨울 애리조나 캠프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2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노경은의 생각은 달랐다.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간절함에 시간이 더욱 길게만 느껴졌다는 그였다. 노경은은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빨리 왔다고 하는데 이천에서의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길게 느껴졌다”며 “또 1인실 숙소를 쓰다보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잠실 마운드에서 던지는 시간을 항상 생각했던 것 같다. 야구 생각을 하는데 그 동안의 시간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구폼이나 그런 것들을 2군에서 바꾼 것은 아니고 나의 멘탈이나, 야구를 하면서 부족했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는 노경은이다. 수척해진 얼굴과 조심스러운 말투에는 그간의 고생이 묻어있었고, 초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1군에서 뛰는 동료들을 보면서 만감이 오갔던 노경은이다. 노경은은 “우리팀이 지금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자신의 합류가 줄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이제 애들(후배)을 뒷받침하는 것이 내 위치가 아닌가 싶다. 팀 분위기가 좋으니까 선배로서 후배를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맡고 싶다. 이제 나도 고참이다. 그런 역할도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턱관절 골절로 병원에서 수술을 하며 머무는 동안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계속 진통제만 맞으면서 나흘동안 살이 5kg이 빠졌다. 하지만 현재는 100%를 자신하는 노경은이다. 몸 상태에 대해 노경은은 “좋다. 공 던지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그리고 뭣보다 마운드에서 멘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 사진=MK스포츠 DB |
노경은은 당초 김태형 두산 감독으로부터 마무리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지난해 셋업맨이었던 윤명준이 그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마무리 보직에 대해서 노경은은 “제 위치가 밑에 애들이 치고 올라와서 자리를 잡는다고 이것을 빼앗길까봐 걱정하고 그러는 것보다는 내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상을 당해서 2군에 있다보니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더라. 패전처리나 지고 있는 경기나 상관없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서 등판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원래 목표치였던 적정 체중으로 돌아왔다. 노경은은 “벨트 2칸이 빠졌는데 이제 찌워서 1칸으로 돌아왔다. 캠프에서 체중이 90~91kg 정도였는데 부상 이전에 목표 체중을 88kg정도로 잡고 식단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그 정도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전 감각도 끌어올리고 있다.
부상으로 한 번 더 마운드에 오르는 것의 설레임과 갈증을 느꼈다. 노경은은 “(간절함) 그런 것은 항상 있었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하고 어울리고 그럴 때 나는 뭐랄까...‘살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성적도 중요하지 않다. 팀에서 원하는 시기에 경기에 나가고 마운드에 등판하고 단순하게 그런 것들이 제일 좋고 중요한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복귀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 이후 절치부심했던 겨울이 무색해진 불의의 부상이다. 이제 두려움도 생기지 않았을까. 노경은은 “코치님께서 ‘불명예도 명예’라는 말을 해주셨다. 이 이야기가 나가면 또 많은 비웃음을 살까 두렵긴 한데 ‘지난해를 교훈 삼아서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경은은 올해 다짐한 것이 있다. 바로 ‘팀에 기여하는’ 그리고 ‘욕을
“지난해 사람들을 만나면 매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웃음). 이번에는, 올해는 끝나고 나서 성적을 떠나 ‘그런말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스스로 또 많이 했다. 팀 성적에 대해서 욕을 먹지 않는 해였으면 좋겠다. 그저 선배로서 팀 성적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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