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서민교 기자] “이런 날은 긁히는 날이죠.”
25일 수원 kt 위즈전 선발 등판을 앞둔 LG 트윈스 투수 우규민(30)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하늘을 지그시 바라본 뒤 “컨디션 좋다”고 말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규민의 자신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마르테와 댄블랙이 버틴 kt의 중심타선에 대해서도 겁이 없었다. 우규민은 “외국인 타자만 9명이 있으면 좋겠다. 난 이대형이 9명 있는 게 더 무섭다”고 농담을 던졌다. 비교적 방망이가 쉽게 나가는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우규민의 배짱 두둑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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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LG 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 2회말 LG 선발 우규민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이날 우규민은 5이닝 동안 투구수는 94개로 많았지만, 볼넷 없이 6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시즌 4승(2패)째를 거뒀다.
우규민은 1회부터 삼진 행진을 벌였다. 첫 타자 이대형을 9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 첫 번째였다. 이어 오정복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마르테를 4구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고 오정복의 도루를 저지하며 이닝을 정리했다.
2회 선두타자 댄블랙에게 2루타를 맞으며 시작한 우규민은 김상현의 내야안타 허용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우규민은 3회 선두타자 하준호에게 우월 솔로 홈런으로 첫 실점을 했다. 구속 119㎞의 체인지업에 가운데 몰린 실투였다. 이어 이대형의 안타와 오정복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위기 속 투구가 압권이었다. 마르테와 댄블랙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외국인 타자를 겁내지 않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장성우도 2구째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은 없었다.
4회는 삼진은 없었지만, 특유의 맞춰 잡는 투구가 일품이었다. 또 선두타자 김상현을 중전 안타로 내보냈으나 박경수를 2루수 병살로 잡아낸 뒤 박기혁을 3루수 땅볼로 가볍게 끝냈다.
잠시 멈췄던 탈삼진 행진은 5회 다시 시작됐다. 우규민은 홈런을 허용했던 선두타자 하준호를 4구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이대형과 풀카운트 승부 도중 비로 질퍽해진 마운드에 미끄러지며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계속 마운드에 선 우규민은 이대형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2사 1루서 마르테와 11구 승부 끝에 10번째 헛스윙 삼진으로 5회까지 선발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우규민은 8-1로 크게 앞선 6회말 마운드를 신재웅에게 넘겼다. 투구수도 많았고 부상의 위험성이 있어 선수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 우규민은 경기 내내 내린 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한 역투였다.
빗줄기를 뚫고 우규민이 긁힌 날, LG는 10-4로 대승을 거두고 2연승을 기록했다. 리드오프 박용택이 3안타 4타점, 채은성이 데뷔 첫 4안타(1홈런) 2타점 경기로 맹타를 휘둘렀고, 유강남이 2경기 연속 홈런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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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LG 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 1회말 LG 선발 우규민이 로진가루를 불고 있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