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홈과 원정, 하수(下手)와 맞수, 손흥민 출전 유무. 8일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맞이하는 레바논은 5일 전 8-0 대파한 라오스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다름을 활용해야 쇼크를 피할 수 있다.
그곳은 레바논 원정이다
우선 4만 관중 앞 ‘대~한민국’은 잊어라. 시돈 무니시팔 스타디움을 장악하는 건 레바논 팬이다. 홈과 원정은 다르다. 홈에선 주인 행세를 해도 좋지만, 원정에선 철저하게 손님 입장이다. 그것도 불편한 손님. 그래서 어떠한 대우를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월드컵 예선과 같은 중대한 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선배들이 레바논 원정에서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한 건 실력차 때문이 아니다. 이란 원정 징크스와 마찬가지로 레바논 원정에선 우리만의 경기를 하지 못해왔다. 2011년 11월 15일 ‘베이루트 쇼크’로 기억하는 경기 때도 그랬다. 어영부영하다 선제골을 내줬다. 구자철의 동점골 후 11분 만에 재실점하여 1-2로 패했다. 당시 경기에 뛰었던 구자철, 곽태휘, 홍정호는 그날의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
↑ 슈틸리케 감독은 "쇼크"를 피할 수 있을까? 사진(화성)=옥영화 기자 |
잔디도 우리 편이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레바논전에 대한 준비를 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철두철미한 사전준비 안에 아마도 잔디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곧이어 “훈련장 상태를 보면 어떻게 이런 잔디 상태에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레바논 축구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분개한 걸 보면.
↑ 레바논 홈 관중, 분위기 이 정도. 사진(레바논 베이루트)=AFPBBNews=News1 |
한국-라오스전이 열린 화성종합경기타운 잔디를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화성 잔디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지런히 정돈되어 최상 레벨의 선수들이 최고의 축구를 펼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중동 원정 때마다 반복하는 잔디 문제는 또 한 번 한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시돈 스타디움의 잔디가 의외로 좋을 가능성도 있지만, 훈련장 상태를 보면 그럴 확률이 크지 않은 것 같다.
때에 따라서는 기존 패스 축구 외에도 세트피스, 롱볼 전술과 같은 새 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경기에선 ‘어떻게’ 이겼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주 전술을 쓸 수 없다
라오스전에서 손흥민은 헐거워진 상대 압박에 물 만난 고기마냥 골을 사냥했다. 2차예선 1차전 미얀마전에서도 귀중한 1골로 승리를 이끈 그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부동의 대표팀 에이스다. 그런 그가 토트넘 이적건으로 라오스전만 뛰고 레바논전에 결장한다. 팀 입장에선 보기보다 크나큰 타격이다. 그의 스피드는 슈틸리케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레바논전에선 "손흥민 전술"을 쓸 수 없다. 사진(화성)=옥영화 기자 |
손흥민을 제외하고 남은 2선 공격수는 이청용, 구자철, 이재성, 김승대, 권창훈, 김민우, 황의조 등 7명이다. 이청용과 구자철이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재성, 권창훈 중 한 명이 손흥민의 자리에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는 슈틸리케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하지만 기성용의 장거리 패스를 수비 뒷공간에서 건네받거나,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로 수비벽을 뚫는 손흥민의 폭발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석현준-구자철, 이재성(또는 권창훈)-구자철, 이재성(또는 권창훈)-이청용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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