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올해 LG 트윈스의 캡틴이었던 ‘국민 외야수’ 이진영(35)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빠졌다. 당연히 27일 열린 2차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의 선택은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지난 2009년부터 LG에서 7년간 몸을 담았다. 10년 암흑기를 청산한 2013시즌의 주역이기도 했다. 2년 연속 가을야구의 기쁨을 누리며 LG맨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진영은 1999년 쌍방울에서 데뷔해 SK를 거쳐 LG까지 17시즌 동안 통산 타율 3할3리를 기록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올 시즌 타율 2할5푼6리에 그치며 부진했으나 2002년부터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시즌만 10시즌이었다.
↑ 국민 외야수 이진영이 LG 유니폼을 벗고 kt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사진=MK스포츠 DB |
2차 드래프트 직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이진영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그는 “이미 얘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오늘 발표가 나니까 또 당황스럽긴 하다”고 애써 웃으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담담하게 맞이하는 수밖에…”라고 말을 이었다.
아쉬움과 섭섭한 감정은 컸다. 이진영은 “섭섭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래도 섭섭한 것보다 좋은 추억이 훨씬 많았다. 그것만 간직하고 조용히 떠나고 싶다”며 프로에서 팀을 옮길 수밖에 없는 현실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7년간 함께 했던 팀 동료들과 넘치는 사랑을 줬던 LG의 팬들이었다.
이진영은 “가장 힘든 것은 팀 동료였던 형·동생들과 팬들을 떠나는 것”이라며 “동료들은 떠나는 날까지 같이 슬퍼해주고 위로를 해줘 정말 고마웠다. 많은 위로가 됐다. 또 7년 동안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셨던 팬들에게 기대만큼 해주지 못하고 떠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좋은 추억으로 야구인생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이제 LG가 아닌 kt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연다. 내년부터는 kt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는 LG 출신도 많다.
이진영은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팀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할 것이다. kt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LG에서 옮긴 친한 동생들도 다 잘하고 있고, 내가 또 가서 동생들이 많이 반겨 줄 것이라 믿는다. 젊은 선수들과 잘해서 서로 노력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조범현 kt 감독과는 SK 시절 인연도 있다
이진영은 잠실구장에서 개인훈련을 마친 뒤 짐을 싸서 떠났다. 당분간 고향인 군산에서 마음을 정리한 뒤 kt 스케줄에 따라 새 유니폼을 바꿔 입을 예정이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