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10일과 11일, 잠실구장의 삼성은 마치 ‘야누스’ 같았다. 극과 극이었다. 선발 전원 안타를 치더니 하루 뒤 그대로 당했다. 오히려 더 아팠다. 안타(17개<22개), 홈런(1개<2개), 득점(9점<16점)을 훨씬 더 많이 내줬다.
어느 얼굴이 삼성의 얼굴일까. 적어도 둘 다 현재 삼성의 얼굴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뒤죽박죽이다. 그리고 롤러코스터 같다.
삼성 선수단은 지난 5일 4연패 위기를 극복한 뒤 ‘모처럼’ 삼성다운 야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지키는 야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안지만이 이탈했으나, 박근홍과 심창민이 뒷문의 안정감을 불어넣어줬다. 삼성이 5월 첫째 주 SK와 대구 3연전서 위닝시리즈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뒷심 때문이었다(2승 모두 역전승).
↑ 장원삼은 지난 11일 잠실 LG전에서 3이닝 9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삼성도 2-16의 굴욕적인 대패를 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11일 현재 삼성 선발투수들의 5월 성적표는 9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은 7.59에 이른다. ‘강한’ 선발과는 거리가 있다. 5이닝 이상을 책임진 건 3번에 불과하다(아래 표 참조). 셋 중 한 번이다. 6이닝 이상도 2번에 그쳤으며, 퀄리티스타트는 1번(5일 넥센전 장원삼 6⅔이닝 2실점)뿐이다.
최소 5이닝을 버티지 못한 셈이다. 최근 4경기 연속 반복되는 그림이다. 나름 이유는 있다. 장필준(3일 넥센전), 김건한(4일 넥센전), 김기태(10일 LG전)는 선발투수 자원이 아닌 불펜 자원이다.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투입됐다. 선발 준비를 하지 않은 이들에게 5이닝 100구를 주문하고 기대하는 건 과한 것이다.
1경기에 2,30구를 던졌던 터라, 5,60구에 이르면 확연히 힘이 떨어진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 10일 경기의 김기태가 그 예다. 김기태는 4회까지(65구)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5회 들어 급격히 제구가 흔들렸다. 15구 중 볼이 11개였고, 스트레이트 볼넷을 연속으로 내줬다. 류 감독도 현실적으로 대체 선발 등판 경기를 고려해, 최대한 불펜의 부하를 주지 않는 선으로 운용한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그 가운데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이들의 부진이다. 류 감독은 윤성환, 웹스터, 장원삼이 기본 축으로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로이카의 어깨가 무겁다. 팀 내 다승 1위(4승)의 윤성환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최소 6이닝은 책임지고 있으며, 3점대 평균자책점(3.66)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둘은 그렇지 못하다. ‘어린이날의 사나이’로 불렸던 장원삼은 그 명성대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지난 11일 LG전에서 뭇매(12피안타)를 맞으며 4회 강판했다. 구속, 구위, 제구 등이 6일 전과 달랐다. 장원삼이 5이닝도 못 버틴 건 시즌 처음이었다. 평균자책점(7.96)은 8점대에 가깝다.
웹스터도 최근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사구가 급격히 증가(5월 총 12개)하면서 스트라이크 비율이 56.8%(1일 한화전)과 49%(7일 SK전)로 매우 낮았다. 초반 실점까지 많으면서 이달 평균 5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4월까지 3.18이던 평균자책점은 5.15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차우찬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할 정인욱마저 1,2군을 오갔다. 다시 얻은 기회(8일 SK전)에서 1회에만 안타 3개, 볼넷 2개, 희생타 2개로 4실점을 했다. 3번의 선발 등판 중 가장 오래 던졌지만, 그래도 4이닝이었다. 2군행이 아닌 다음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고 통보했지만, 류 감독의 고심은 크다.
↑ 삼성 선발투수들의 5월 기록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