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촉망받는 유망주들은 많다. NC 다이노스 정수민(26)의 부산고 시절도 그랬다. 부푼 꿈을 안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높은 벽이 존재했다. 메이저리그 승격은 쉽지 않았다.
한 때 최고 154km까지 속구가 나왔지만 어깨 부상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결국 긴 고민 끝에 정수민은 한국행을 선택했다. ‘1999년 이후 해외 진출 선수는 복귀 시 2년간 국내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바로 복귀는 불가능했다. 그는 그 사이 일반병으로 입단해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 돌고 돌아온 정수민. 그는 19일 고척 넥센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기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경문 NC 감독 역시 정수민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은 “정수민은 마운드에서 자세가 괜찮다”고 말했다. 188cm, 90kg의 탄탄한 신체조건을 갖춘 그를 NC는 차세대 선발 투수로 키우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코칭스태프는 기회를 줬다.
지난 달 23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는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 내보내 5이닝을 던지게 했다. 정수민은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106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면서 씩씩하게 던졌다. 2실점으로 가능성을 비췄다.
이후 2군으로 다시 돌아갔던 그는 최근 이태양과 에릭 해커가 차례로 1군에서 말소되면서 1군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발이었다. 19일 선발 데뷔전을 치른 정수민은 최근 타격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은 넥센 타선을 상대로 4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1-0으로 앞선 5회말 동점을 허용한 그는 6회초 이호준의 투런 홈런이 나오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날 정수민의 5⅓이닝 동안 7피안타 4삼진 1실점. 투구 수는 76개였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9km였다. “5이닝만 잘 던져주면 최고”라고 말한 김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신인 투수가 1군 세 번째 등판, 선발 데뷔전에서 호투를 펼친 것이다.
7회초 에릭 테임즈의 3점 홈런이 폭발하는 등 타선은 넉넉히 점수를 뽑으면서 NC는 6-2로 승리, 늦깎이 신인 투수에게 데뷔 첫승을 안겼다. 팀은 4연패를 탈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무대로 돌아와 승리를 거둔 만큼 정수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돌고 돌았는데 마운드에 설 수 있어서 좋다”고 먼저 말했다. 그는 “어깨는 안 아프다. 전혀 (통증이) 없다”면서 “늦은 만큼 더 좋
정수민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될 수 있도록 한 팀에서 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선발로서의 첫 단추를 잘 꿰맨 정수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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